부산은행, 전 국회의원 딸·행장 외손녀 부정합격 전모 공개

부산은행, 전 국회의원 딸·행장 외손녀 부정합격 전모 공개

기사승인 2018-04-24 18:45:59 업데이트 2018-04-24 18:46:08

부산은행 채용비리 정황이 낱낱이 밝혀졌다. 인사 담당 임원들이 국회의원 조모씨 딸과 전 행장 딸 점수를 조작해 부정 합격시킨 내용이 검찰 공소사실을 통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비리를 저지르기 전 권력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BS금융지주 시절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경남도와 사이가 틀어지자 관계회복을 위해 핵심인물인 조 씨 딸을 합격시켰다는 지적이다.

금융권과 검찰에 따르면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동주(59) 전 BNK저축은행 대표와 박재경(56) 전 BNK금융지주 사장, 인사담당자  재판이 24일 부산지법에서 열렸다.

공소내용에에서는 박 전 사장이 지난 2015년 신입행원 공채 필기전형에서 탈락한 A씨 점수를 임의로 조작해 최종 합격시켰다. 박 전 사장은 당시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장로 있었다. A씨는 당시 경남발전연구원장이자 전 국회의원인 조모(59)씨 딸이다.

조씨는 박 전 사장에게 전화로 딸을 잘 봐달라고 청탁했다. 하지만 딸이 탈락했단 소식을 접한 조씨는 박 전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내 딸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는데도 안 되느냐, 다 때려치우라”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박 전 사장은 인사담당자에게 무조건 합격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들은 객관식 외에 서술형 문제 점수를 만점에 가깝게 수정하고 필기시험 커트라인을 낮추는 방법으로 A씨를 면접에 올렸다. 이어 박 전 사장이 최종면접관으로 참석해 A씨를 최종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정경유착 의혹도 재기됐다. 부산은행은 지난 2014년 경남은행 인수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금고이던 경남은행과 계약을 끊는 등 도와 사이가 틀어져 있었다. 부산은행도 경남도 대화창구 역할을 하던 조 씨에게 접근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조 씨 딸이 공채에 지원하자 이를 빌미로 합격을 시켰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남은행이 지금의 BNK로 편입될 때 지역 환원을 얘기했는데 그게 잘 안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지역 환원이 안 되자 도금고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부산과 경남도는 색깔이 다르다”며 “한 산에 호랑이가 두 마리 살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과 금융이 만나면 무조건 정경유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NK금융 관계자는 “공소내용이라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 없다”며 “재판이 진행중이고 당사자도 아니라서 입장을 밝힐 처지가 못 된다”고 말했다.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인 B씨 합격 과정도 드러났다. 당시 업무지원본부장이던 강 전 대표는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가 지원했으니 잘 봐달라”는 고위층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행동에 옮겼다. 최종 면접에 오른 지원자 3명을 떨어뜨리고 B씨를 합격시켰다.

한편 이날 재판에 출석한 강 씨와 전 인사담당자 2명은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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