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했다면....”
최근 제약·바이오주(株) 버블논란과 관련해 문득 드는 의문이다. 얼마 전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중소형 바이오업종의 거품이 심하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그는 “바이오 업종의 버블이 붕괴될 경우 과거 2000년 초 IT버블 붕괴 보다 부정적인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이미 궤도에 오른 바이오 주도주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 대한 여파는 컸다. 보고서가 언론에 나오자 바이오업종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나올 만큼 이슈의 큰 쟁점이 됐다. 해당 보고서를 반박하는 애널리스트는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은 이미 거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국내 바이오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를 겨냥해 청와대 청원을 넣을 만큼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그만큼 바이오주에 대한 개미들의 기대감은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업종 시가총액 1위(코스피 시총 5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진지한 분석은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의 자회사(지분 43.44%)로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CMO)을 담당한다.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IT·반도체의 뒤를 이을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능력 입증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불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과 차별화된 사업을 통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고민”이라고 말할 정도로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애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나스닥 진출을 포기하고 거래소 상장 요건까지 변경하면서 코스피에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특혜 및 분식회계 논란 당시 “코스닥이건 코스피건 국내 금융시장 상장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지속적인 권유와 여론 등을 고려해 코스피에 상장한 것”이라며 나스닥 상장이 애초 목표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했을 경우 주식가치가 고공행진 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애초에 현실화되지 않았기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주가 흐름을 통해 간접적인 비교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삼성 측에서 기업가치로 참고했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상장사(나스닥) 코허루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는 나스닥 바이오 지수(NBI) 상승세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의 주가도 하향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은 높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오시밀러기업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허가 보류 통보를 받았다.
게다가 국내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에 들어가는 비용도 ‘변수’로 작용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 굳이 국내 기업이 비용 절감까지 하면서 나스닥에 상장할 필요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은 여타 (실체가 없는) 바이오기업과 비교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굵직한 기업을 제치고 시총 최상위에 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많은 이들의 지적대로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역으로 온실 속의 화초에 머물러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국내 증권사들이 일관된 ‘매수’ 의견 리포트에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해 왔다. 거품이 꺼질 경우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체력은 부족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국내 바이오 버블 형성에 영향을 미친 만큼 기업 가치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있길 기대해 본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