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인 T2와 T3 사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회담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진행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처음으로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한 일이 거의 없었다. 중국 등을 방문했으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위원장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비밀에 쌓여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 없다. 김 위원장은 고(故)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의 무용수 고용희(고영희) 사이에서 지난 1984년 출생했다. 동복형제로는 김정철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있다. 김 위원장은 16살 때부터 스위스에서 유학을 하며 서방의 교육을 받았다. 이후 귀국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했다.
‘후계자’로 본격 등장한 것은 지난 2008년의 일이다. 고 김 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이때 셋째 아들인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의 이름이 ‘김정운’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12월 고 김 위원장이 사망한 후, 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젊은 지도자가 북한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잔혹한 독재자’로 국제사회에 각인됐다. 지난 2013년에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 핵보유국임을 법제화했다. 국가우주개발국을 설립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형 ICBM를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집권 이듬해인 같은 해 12월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열히 단죄·규탄하면서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고 김 위원장의 측근이었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등도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정남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해 사망했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거침없는 ‘말폭탄’도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더했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자 북한은 “미국과 괴뢰호전광들이 감히 우리에게 핵 선불질을 하는 경우 남조선 전지역이 완전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사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하며 “미국의 선제타격 시,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1월부터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측에 파격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북과 남 사이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해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 또한 타진했다.
이를 청와대가 수락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이 이뤄졌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며 훈풍이 일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은 친서를 들고 서울을 방문, 문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 3월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특사단의 방북 결과,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을 참관했다. 평양공연을 마치고 진행된 기념사진 촬영에서 걸그룹 레드벨벳과 나란히 서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