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아에게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는 배우로서 최고의 재미를 주는 캐릭터였다. 그렇다면 ‘키스먼저 할까요’의 안순진은 어땠을까. 최근 서울 압구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정말 어려웠지만 비교적 빨리 다가갈 수 있었던 캐릭터”라고 안순진을 평했다.
“순진이를 준비할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어요. 순진이의 삶은 평탄치 않은데다가 본인의 색 자체가 뚜렷하지 않잖아요. 제가 여태까지 해 왔던 삼순이나 연재, 복자 모두 색이 뚜렷한 사람들이었지만 안순진은 무채색이라고 표현할 만한 캐릭터였어요. 사랑하는 척, 아닌 척. ‘척’이 많은 캐릭터다 보니 순진이가 정말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기가 참 어려웠죠. 삼순이처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눈에 하트를 달고 다니는 아이도 아니잖아요. 울고 싶다고 펑펑 우는 사람도 아니고 모두 가슴안에 담고 눌러 사는 캐릭터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 김선아는 안순진이라는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아의 표현을 빌자면, 어른들이라는 건 자신을 자꾸 어떤 틀에 가두는 사람들이라는 것. “어릴 때 제가 어른들을 봤을 때는 잘 안 웃고 크게 웃을 일도 작게 웃고, 혼자 울어도 되는 걸 울지 않고 감춰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순진이도 비슷한 것 같아요. 표현을 안 하고 서툰 사람이죠. 물론 어른들은 사회에서 이해와 포용을 요구당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거예요. 그렇지만 스스로는 답답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어른들에게 포용을 받고 사는 만큼 우리도 어른을 감싸 안아야 할 것 같아요.”
수많은 작품을 거쳐왔지만 김선아는 불패의 배우로 통한다. 그간 해왔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본인의 연기도 호평받는다. 꾸준히 나쁜 일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김선아가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원칙은 무엇일까. ‘진실되게, 즐겁게 일하자’가 김선아의 모토다.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치열하게 연기를 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치열하거나 힘들고 고생스럽게 연기하지는 않았고, 단지 즐겁고 좋기 위해 노력했어요.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물론 안 즐겁거나 재미없는 연기도 있었는데, 그런 건 저에게 ‘별로다’라고 느껴져요. 현장이 재미있길 바라고 연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추구하고 싶어요. 저는 그거면 만족해요. ‘키스 먼저 할까요’를 끝내고 나서 그 생각이 더 커진 것 같아요.”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김선아가 꼽은 명대사는 ‘굿모닝’과 ‘잘 어울려요라는 말이 그렇게 든든한지 몰랐다’라는 두 대사다. ‘굿모닝’이라는 한 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굿모닝이 될 수도, 행복한 굿모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알았다는 것이다. “참 좋은 드라마”라고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를 자평했다. 우리가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한 마디도 다시 한 번 곱씹고 생각해보게끔 했단다.
“어찌 보면 어려운 드라마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살면서도 ‘키스 먼저 할까요’를 몇 번씩은 꺼내볼 거고 그 때마다 좋은 드라마라고 느낄 것 같아요. “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