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돌 듯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의 잰 발걸음이 익숙한 사회다. 사교육과 거리를 둔 채 아이가 공부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는 일부 가정의 교육 이야기는 화제가 되기도 한다. 경쟁을 요하는 뿌리 깊은 교육 시스템은 지양해야 할 상황을 당연하게 만들어버렸다.
공부보다 우선인 것은 없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이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13분. 비영리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최근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571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다. 재단 측은 어린이날을 맞아 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는데 결과가 참담하다. 이대로라면 부모, 자식 간 또는 형제, 자매 간 일상 속 대화는 거의 없는 셈이다.
‘단절’로 치닫기 직전인 이 같은 상태는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가져갈 수 없는 부모들의 사회적 여건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입시·취업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공부는 시키고 보자는 경향이 학생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학교생활 331분 외 190분을 매일 공부에 할애하는 학생들은 행복을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 1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17년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스트레스를 가끔 또는 한두 번 경험했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83.7%에 달했다. 이는 2014년 70.6%보다 13.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교육열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 문제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기회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겪는 높은 스트레스가 분노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이 안고 있는 벅찬 현실은 여러 조사에서 잇따라 등장한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22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성적이나 경제 수준과 관계없이 부모와의 관계가 좋을수록 행복감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답은 ‘가족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가 자녀와 갖는 시간을 늘려나가야 하는 이유다. 대화법 등을 배울 수 있는 부모교육도 마다할 게 아니다. 무엇보다 서열 잣대를 들이미는 교육 환경을 쇄신하고 부모의 ‘워라밸’을 실현하는 정책 등이 더욱 견고하게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지나친 경쟁사회가 초래하는 불행은 결국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