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협상가(the Great Negotiator), 해결사(fixer), 달인(master).
미국 언론 ‘타임’ 등 외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붙인 별칭이다. 10일 취임 1년을 맞은 문 대통령은 남북 갈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을 찾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 남북관계는 순탄치 못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집권 나흘 후인 지난해 5월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도발은 계속됐다. 북한은 같은 달 21일과 27일, 29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도발에 문 대통령은 단호하게 대응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다.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발을 지속할 시 북한이 고립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당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6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 붕괴·흡수통일을 배제한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남북 합의 법제화 및 종전 선언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철도연결,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된 비정치적 교류협력 지속’ 등 5대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도 함께 제안됐다. 이후 같은 달 17일 대한적십자와 국방부는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성과는 크지 않아 보였다. 북한은 고위급 회담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외려 도발 수위를 높였다. 베를린 구상 발표 후인 같은 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했다. 같은 해 8월29일, 평양에서 발사된 화성-12형은 일본 본토를 넘어 약 2700KM를 비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두 달 뒤인 11월, 북한은 화성-15형 등 ICBM 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핵 보유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같은 기간,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북한은 미국령인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는 위협도 가했다.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관계는 급반전됐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 사이 접촉과 내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해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통일의 주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타진했다.
청와대가 이를 수락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이 이뤄졌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친서를 들고 서울을 방문, 문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 3월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특사단이 남북을 오가며 11년만의 정상회담이 일사천리로 성사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월경’을 하며 북한 땅을 밟는 모습은 크게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도보다리에서 취재진·보좌진 없이 단둘이서만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골자로 하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과의 대화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성사시킨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북정책 향후 방향에 대해 “미국도 달래고 북한도 달래면서 중재자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계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온 이후,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이 보다 구체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