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한 시간을 날아 도착한 아피온. 아피온의 명칭은 2004년 아피온카라히사르로 변경됐다. 터키에서 아편 최대 생산지를 의미하는 아피온와 검은 요새를 의미하는 카라히사르가 합쳐졌다. 하지만 여전히 옛 지명인 아피온으로 불린다. 아피온은 도시 전체가 바위산 기슭, 해발고도 1034m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다양한 높낮이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바위산 꼭대기에는 비잔틴 시대의 성채가 남아있다. 740년에 아랍을 격파했던 동로마의 레오 3세는 아피온을 ‘니코폴리스’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아피온은 이렇듯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지역이고 여러 문명이 거쳐간 지역이다. 세계 문명적으로 보면 마이다스 왕으로 유명한 피르기아 문명이 있었던 곳이고 관련 유적지가 많이 있다.
아피온은 근교에서 대량은 아편과 보리‧밀 등이 생산되지만 이 지방의 주요 산업은 목축업이다. ‘아피온’ 명칭도 아편을 의미하며 터키에서 아편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다. 아피온은 이스탄불‧앙카라 등과는 철도로 연결되기도 했다.
◇ 터키의 온양, ‘온천’으로 유명한 아피온
아피온 지역에는 온천을 활용한 호텔들이 많다. 아피온 지역에서 총 3개의 스파 호텔을 돌아봤다. 호텔들은 로비에서부터 터키의 화려함을 드러냈다.
무스타파 투투마즈(Mustafa TUTULMAZ Afyonkarahisar Governor) 아피온 지사는 “아피온은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온천을 자랑하는 도시고 향후 관광지로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0년 전만해도 이런 호텔들이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아피온 온천에 터키 사람들뿐만 아니라 라트비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많이 방문한다며 지난해 2만명의 외국인이 아피온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터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목욕 문화가 존재했다. 스파 안에는 수영장과 대중 목욕탕, 아로마 테라피, 에스테틱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대중 목욕탕에서는 완전 탈의가 없고 반드시 수영복과 수영모자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하맘(Hamam)’이라는 터키식 스파 문화가 있다. 증기로 달궈진 대리석에 누워 충분히 몸을 덥히면 스파 직원이 스크럽 또는 마사지를 해준다. 현재도 터키 도심 곳곳에서 하맘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호텔 중 NG 아피온 호텔 앤드 리조트는 터키 주요 여행사들이 ‘최고의 온천호텔’로 선정했을 만큼 럭셔리한 스파 시설을 자랑했다.
아피온의 쿠타야(KUTAHYA)라는 도자기 회사가 운영 중인 이 호텔은 2012년 개관했다. 15개 온천 수영장과 428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의 온천호텔 답게 스파시설만 9500㎡(약 2873평)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15개의 온천 개념의 수영장과 8개의 가족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익발(Ikbal) 호텔 역시 5성급 호텔이었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 이름은 초대 대통령이 하사한 이름”이라고 말했다. 익발은 호텔, 백화점, 소시지 등 식품 회사까지 함께 운영하는 아키온 지역에서 규모가 큰 회사였다. 익발 노천 수영장은 1년 내내 사용이 가능하고 일반 수영장은 29°, 온천은 42°를 유지하고 있다. 비용은 150~300리라(한화 3만6000원~7만원) 정도다. 뿐만 아니라 오일로 마사지, 닥터피쉬 등도 이용할 수 있다.
◇ 아피온의 이슬람 역사, 메블라나 교의 ‘세마댄스’
호텔 투어 후 이슬람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피온 도심으로 들어갔다. 아피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메블라나 교단이다. 이 교단은 메블라나 루우미가 12세기에 창시한 이슬람 수피 교단 중 하나이다. 메블라나는 유일신 알라와 만나기 위해서는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하며 금욕과 고행을 통한 끊임없이 기도를 해야 한다고 봤다. 메블라나 교단의 특이점은 데비쉬(세마)라고 부르는 수도승들의 춤이다. 신과 통하는 하나의 수행 방법이다.
메블라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사원, 수행 장소 등이 정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1927년 성당으로 쓰였던 장소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훌리야 가이드는 “수도승은 오른손은 하늘, 왼손은 땅으로 향하게 해 돌면서 춤을 추는 것으로 신에게 받으면 주변에 베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승들은 ‘음식’이 가장 중요하다. 음식을 하는 과정은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도승들은 신학교에 들어와 3일 정도 움직이지 않고 기도를 한다”며 “금욕의 의미로 고기,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승들은 3일의 수행과정을 통과하면 1000일을 수행 후 수도승이 될 수 있다.
수피즘의 선각자 루미는 정통 이슬람에서는 신비주의를 추구하기에 이단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쓴 시편과 잠언은 종교를 초월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이 애송한다. 문학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화해와 관용의 메시지가 마음을 울려서다.
아피온을 돌아다니면서 터키인들은 국기를 집 앞에 걸어두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피온 지역 사람들도 역시 한국인에 대한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눈이 마주칠 때마다 “멜하바(안녕)”를 외쳤다. 마을에서 만난 하니페(Hanife)는 “한국드라마로 한국어를 공부했고 마을 내에 한국어학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아피온카라히사르/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