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은 약 270만 명의 관객이 봤다. 후속작을 내놓을만한 관객수는 아니다. 그러나 ‘탐정’시리즈는 관객들의 곁에 다시 돌아왔다.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를 통해서다. 많은 관객수는 아니었지만 반응이 좋았고, 오래 기억되는 영화였던 것이 유효했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떨리고 긴장되지만, 감개무량하다”고 ‘탐정: 리턴즈’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긴장돼요. 물론 어렵거나 버거운 긴장은 아닙니다. ‘탐정: 더 비기닝’이 적은 관에서 시작해 좋은 스코어로 마무리된 영화이니만큼 ‘리턴즈’가 그 기록을 좀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주류예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로서도 궁금해요. 전작보다는 ‘맷집’이 좀 커졌을까? 하는 궁금증이죠. 하하.”
권상우는 ‘탐정’ 시리즈에서 대책 없지만 탐정이 되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강대만 역을 맡았다. 최근 히트한 드라마 ‘추리의 여왕’부터 추리 연기로만 계속 후속작을 내고 있기도 하다. 비슷한 장르로 브라운관과 스크린 둘 다 후속작을 찍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운이 좋아서뿐만은 아니다. 권상우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속편을 제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추리의 여왕’의 최강희씨도, ‘탐정’의 성동일 선배도 같아요. 두 분 다 만약 저랑 마음이 안 맞는 배우였다면 후속작까지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은 없지 않았을까요? 성실하고 믿음 가는 배우들이고, 편안히 의지할 수 있는 유쾌한 분들이기 때문에 의기투합이 잘 됐어요.”
재미있는 건 권상우 본인은 추리 장르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추리 장르 자체가 가는 길이 정해져 있고, 연기자가 크게 길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를 의심하고, 범인을 찾아야 하며 트릭에 속게 된다. 그래서 권상우는 당초 ‘탐정’ 시리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시나리오 속 대만과 태수(성동일)의 모습에 정이 갔다. “아내 몰래 자신의 꿈을 찾아다니고, 잘 해보려다가 파리 날리잖아요. 좀 벌어보려고 하지만 어렵고, 거대한 장점을 가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어요.”
살아있는 생선처럼 철퍼덕거리는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것. 배우로서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되고 싶지 않다는 욕심도 있다. “예전에는 멋진 정장 입고, 큰 표정 안 짓는 연기도 분명 했죠. 하지만 그런 건 이젠 큰 재미가 없더라고요. 다방면으로 열심히 해서 자유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로 각인되고 싶어요. 안 그러면 외롭거든요.”
‘외롭다’는 표현은 중의적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에는 적확한 표현이기도 하다. “누군가 저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잖아요? 작품 아니면 대중에게 절 보여줄 수도 없고, 일도 할 수 없어요. 제가 송강호·황정민 선배 같은, 연기의 신도 아닌데다가 그렇게 평가받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요. 물론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는 욕심도 없어요. 연기라는 건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된다는 게 아니거든요. 다만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분명히 있어요. 제 나이 대에 액션, 멜로, 코미디 장르를 전부 아우르며 유연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는 몇 없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가 찍은 영화 중에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그 때 앞뒤로 ‘실미도’등 쟁쟁한 1000만 관객 작품들이 나왔죠. ‘말죽거리 잔혹사’는 300만 관객이 들었는데, 그래도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아마 10년, 15년 뒤에도 ‘말죽거리 잔혹사’는 관객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영화가 될 거라고요. 제 예감이 들어맞았죠. 하하. 그런 식으로 오래오래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스코어를 떠나서, 시대가 지나도 이야깃거리가 되는 영화를 만나는 게 제 꿈이에요.”
‘탐정: 리턴즈’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