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선수들이 잘 먹고 잘 쉬어야 합니다. 현재 훈련이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육체적으로 워낙 힘든 시기입니다.”
지난 18일 서울-전남전이 끝난 뒤 이을용 감독대행은 ‘혹서기에 훈련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이 감독대행은 이날 인터뷰장에서 ‘체력’이란 단어를 수시로 꺼내며 현 K리그 순위경쟁은 체력싸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체력적으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어느 팀이 체력적으로 빨리 회복하느냐 싸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체력 안배가 중요한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체력’은 K리그 팀 모두에게 던져진 화두다. 체력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건 월드컵 휴식기로 주중 경기가 부쩍 많은데다가 기록적인 더위가 한반도를 덮었기 때문이다.
7월 한반도는 양쪽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35도를 상회하는 기온에 불쾌지수는 바야흐로 극단에 치달은 상황이다. K리그가 재개된 지난 7일, 서울 최고기온은 29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이후 태풍과 장마 영향으로 낮 기온이 24도까지 떨어졌지만 14일 32도까지 치솟았고, 지난 22일엔 38도까지 올랐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수준의 찜통더위다.
90분 동안 야외에서 뛰어야 하는 축구종목 특성상 날씨는 선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선수 부상이 부쩍 늘었고, 체력 문제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선수의 체력 문제 못지않은 다른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감소세다.
‘재미’만 놓고 보면 7월의 K리그는 꽤 흥미로웠다. 지난 7, 8일 재개한 K리그 6경기에선 무려 24골이 터지며 경기당 4골이 나왔다. 7월 경기 전체를 합산해도 30경기에서 89골이 나오며 경기당 약 3골의 화려한 골 잔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찌는 무더위 속에 관중수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현재 집계된 7월 경기장당 관중 평균은 5014명으로 5월(5625명)에 비해 감소했다. 3월(8018명)과 비교하면 3000명 가까운 하락폭이다. 전통적으로 개막전을 치르는 3월에 관중이 많았다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을 비교해도 7월에 이 같이 관중수가 적었던 적은 없었다.
문제는 비교적 선선한 봄이나 가을에도 관중수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지 못하단 점이다. 지난 4월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영향으로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4001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4월 8일 수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는 씁쓸함을 넘어 처참한 결과를 남겼다. 집계 관중 1만3112명, 슈퍼매치 역대 최저 관중이다. 슈퍼매치 역대 최다관중(5만5397명)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도 못 미친다. 이날은 푸른 유니폼을 입은 데얀이 처음으로 친정팀 서울을 상대하는 날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유료관중만 집계하는 새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즌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라도 경기장에 오지 않으면 관중으로 카운트되지 않을 정도로 올 시즌은 그야말로 ‘실 관중’만 집계되고 있다. 집계 관중의 큰 낙폭이 불 보듯 뻔했지만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프로축구연맹이 내세운 강조점은 연고지 기반의 마케팅 활성화다.
그러나 올해 닥친 갖은 악재에 프로축구계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월드컵 휴식기로 주중 경기가 많아진 상황에서 날씨까지 따라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집계 방식이 바뀌면서 수치가 줄었지만 유료 관중 비율은 오히려 증가세에 있다.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부정적 날씨 요인에 대해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