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과제로 지목하고,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출산 가정에 각종 양육지원과 세제 혜택을 적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심지어 출산한 여성 공무원에 인사 우대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힌 지자체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 출생아수는 매달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약 14만 5300명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2015년 19만 2558명, 2016년 18만 1854명, 2017년 15만 9300명 등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또한 1.0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연일 새로운 저출산 정책이 나오고, 가족의 소중함이나 연애와 결혼 등을 다룬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온 나라가 아이를 낳을 것을 권하는 분위기임에도 저출산 추세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양육 환경’이 가장 고민이라고 토로한다. 취재 차 만난 한 어머니는 한동안 심각했던 미세먼지를 예로 들며 “우리 때와 달리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기도 어려운 세대”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또 최근 어린이집의 폭행, 미성년자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불안도 높았다. 그는 “몸에 삽입하는 위치추적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엄마들 사이에서 나왔는데 여자아이 엄마들은 무조건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끝없는 ‘경쟁’도 걱정거리다.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성적을 놓고, 졸업하고 나서는 취업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에 우리 아이가 뒤쳐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제대로 키우려면 한 아이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두 명, 세 명 이상 낳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실업률이 높다,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이를 더 낳아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어머니들은 모두 아이를 낳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키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첫 번째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였다면, 그 다음으로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환경’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를 외친 30여년 전, 당시 사람들은 공기의 질이 나빴어도, 경쟁이 치열했어도 너도 나도 아이를 낳았다. 즉, 지금의 문제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20년 후 한국 사회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어떻게 살며, 어떤 행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다음세대 아이들이 누릴 행복과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 사회라면 출산을 권할 자격이 없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