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안희정 무죄 판결’ 항소…김지은씨 그루밍 여부 주목

檢, ‘안희정 무죄 판결’ 항소…김지은씨 그루밍 여부 주목

기사승인 2018-08-21 13:57:25

검찰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 무죄 판결에 항소했다. 2심에서는 피해자의 심리상태에 대한 판단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일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이날 법원에 항소장을 내고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심리 미진 등 세 가지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해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강제로 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법리 오해 근거로 2017~2018년 사이 있었던 대법원 판례 5건을 근거로 제시했다. 안 전 지사 사건보다 명확한 위력이 없음에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유사 사건 판례들을 반대 판결로 내세운 것이다. 

사실 오인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피해자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 진술을 배척한 부분을 지적했다. 검찰은 “김씨의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들의 증언, 통화 내역 등을 법원이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안 전 지사 측 진술은 검증이 필요한데도 그대로 신빙성을 인정해줬다”고 이 부분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심리 미진과 관련, 재판부가 김씨가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상태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루밍은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관심사나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충족시켜주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성적으로 길들여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문심리위원이 법정에서 든 근거는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능력을 넘어선 보직을 준 것, 가벼운 신체 접촉부터 점차 강도 높은 성폭력을 이행한 것, 김씨를 특별 대접한 것 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재판부는 “그루밍은 주로 아동 등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대상을 상대로 한 성적 길들이기인데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김씨가 약 한 달 사이에 그루밍에 이르렀다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항소심에서는 ‘위력의 존재와 사용’ ‘그루밍’ 등에 대한 판단이 재판 결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성을 갖춘 이들을 심리위원으로 선정, 재판에 참여시켰는데도 심리가 제대로 안 됐다.

김씨의 심리상태에 대해 새로운 판단이 나온다면 김씨의 증언이 일부 일치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도 있다.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고려될 경우 일부 김씨의 진술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참작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위력 적용 여부를 너무 좁게 해석해 (안 전 지사에) 무죄 판결을 내린 것 같다”면서 “해당 부분을 2심에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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