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700톤이 줄었다…병원 ESG 성공 비결은?

의료폐기물 700톤이 줄었다…병원 ESG 성공 비결은?

삼성서울병원의 ESG 경영, ‘하향식 아닌 상향식’
“재무적 효과 넘어, 사회적 비용 절감까지”

기사승인 2025-09-30 11:00:05
최진영 삼성서울병원 지속성장추진실장. 삼성서울병원 제공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투명 경영을 뜻하는 ESG는 202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기본 가치로 자리 잡았다. 병원들도 사회공헌과 함께 ESG 경영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 감축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술실 등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매년 20만톤이 넘는다. 이 폐기물은 감염 우려로 전량 소각해야 해 처리 비용이 높으며, 2022년 기준 연간 처리비만 2850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자체 캠페인으로 의료폐기물 791톤을 줄이는 데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동 내 의료·일반폐기물 분리수거,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식염수 통·부직포 등 재활용 품목 업사이클링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병원 폐기물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는 리더십 위주의 캠페인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최진영 삼성서울병원 지속성장추진실장은 “아파트 한 단지에서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약 791톤의 의료폐기물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ESG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제안된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폐기물 감축에 그치지 않고 업사이클링 방안도 함께 모색했다”며 “식염수 통이 자동차 부품이나 고급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자 더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환자와 보호자들도 병실에서 나오는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분리하는 작업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 캠페인에 동참했다”며 “의료진, 직원, 환자까지 병원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ESG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삼성서울병원의 ESG 경영의 사회적 효용을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의료폐기물 감축은 단순히 처리 비용 절감과 환경 오염 방지에 그치지 않는다. 절약된 비용은 병원의 자체 연구와 환경 개선에 재투자할 수 있으며,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완화에도 기여한다. 삼성서울병원은 모든 병원이 의료폐기물 감축 및 업사이클링에 동참한다면 막대한 사회적 가치와 효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실장은 “의료폐기물 절감 캠페인이 전국 병원으로 확산되면 사회적으로 큰 효용이 생길 것”이라며 “절감된 처리 비용을 치료 기술 개발이나 환자 서비스 혁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폐물 소각 과정에서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타지역 폐기물 반입에 반발해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줄일 수 있다”며 “재무적 효과를 넘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ESG 캠페인을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다. 의료폐기물 절감 사업 이외에도 인공와우 환자를 위한 ‘SMile WoW 아트스쿨’, 어린이 병동 환경 개선 작업 등 다양한 ESG 활동으로 사회적 공헌에 나서고 있다. 

최 실장은 “인공와우 환자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나 시몬스와 함께하는 어린이 병원 환경 개선 작업과 같은 ESG 캠페인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며 “위에서 정한 목표를 따라가는 ESG 캠페인이 아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결과를 만드는 ESG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이자 미래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