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각막 치료 새 접근법 제시…상피 보존형 플랫폼 개발

원추각막 치료 새 접근법 제시…상피 보존형 플랫폼 개발

기사승인 2025-12-12 14:05:53
(사진 왼쪽부터)김태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와 한세광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기수 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원추각막증 치료와 시력 교정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플랫폼이 개발됐다. 각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환자의 통증과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김태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와 한세광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기수 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각막 상피를 제거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한 원추각막 치료 및 시력 교정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원추각막증은 각막이 점차 얇아지고 뾰족하게 변형되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비염증성 진행성 각막 질환이다. 주로 10대에 발병해 서서히 진행되며, 사물이 번져 보이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기존에는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리보플라빈을 점안하고 자외선을 조사하는 ‘드레스덴 프로토콜’이 표준 치료로 활용돼 왔다. 치료 효과는 입증됐지만, 상피 제거로 인한 극심한 통증과 감염 위험, 긴 회복 기간이 환자 부담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각막 상피를 그대로 보존한 채 치료가 가능한 상피투과성 각막 교차결합술을 개발했다. 핵심 기술은 ‘빛을 바꾸는 콘택트렌즈’와 ‘각막 투과 광염료’다. 근적외선처럼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낮은 에너지의 빛을 자외선·청색광으로 변환하는 상향변환 나노입자를 설계해 의료용 실리콘 콘택트렌즈에 적용했다. 이 렌즈는 근적외선이 조사되면 치료에 필요한 빛만 선택적으로 방출하는 구조로, 가시광선 투과율도 88.7%에 달해 일상적인 시야 확보에 문제가 없다.

또한 연구팀은 히알루론산에 리보플라빈을 결합한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HA-RF) 접합체’를 개발했다. 기존 리보플라빈 용액은 각막 상피 투과율이 낮아 상피 제거가 필요했지만, 히알루론산은 눈물과 유사한 점성을 지녀 안구 표면에 오래 머물며 상피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약물 전달을 돕는다.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 접합체는 기존 리보플라빈 용액보다 각막 상피 투과 효율이 약 3.7배 높았고, 동물실험에서도 치료 후 4주 동안 염증, 각막 혼탁, 내피세포 손상 등 주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상피를 보존하면서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인한 셈이다.

김태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원추각막 환자에게 통증과 감염 부담이 적고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각막이 약해지는 다른 질환 치료에도 응용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세광 교수도 “각막 상피를 보존하면서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원추각막 치료 및 시력 교정 플랫폼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