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죄’ 도입 현실화…위헌 논란·사법 독립 침해 후폭풍

‘법 왜곡죄’ 도입 현실화…위헌 논란·사법 독립 침해 후폭풍

민주당 주도 국회 본회의 통과…판·검사 최대 징역 10년
“권한 통제·위축 효과 양면성 지닌 ‘양날의 칼’ 될 수 있어”

기사승인 2026-02-27 06:00:05 업데이트 2026-02-27 08:49:17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 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위헌 소지와 사법 독립 침해 우려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의도적 법 왜곡’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사법개혁 3법 중 하나인 ‘법 왜곡죄’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170명 가운데 찬성 163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은 법 왜곡 행위를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규정했다. 다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 재량적 판단은 예외로 두도록 했다. 
▲ ‘법 왜곡죄’ 도입 현실화…위헌 논란·사법 독립 침해 후폭풍

또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경우, 폭행·협박·위계 등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등도 법 왜곡 행위에 포함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사법 시스템을 훼손하는 ‘악법’이라 규정하고 전전날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돌입했다. 이후 24시간 경과 후 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투표를 한 뒤 법안을 의결했다.
 
법조계와 학계,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법 왜곡죄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급하게 추진된 점을 지적했다.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 보다 신중한 숙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법 왜곡죄 도입을 한다면 독일처럼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설계하고, 중대성·고의성 등 요건은 판례를 통해 엄격하게 정립해 나가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법안은 구성요건이 복잡해 보이며, 자칫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와 사실인정 영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아직 추상적·가정적 우려의 단계라고 덧붙였다.

법안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판·검사가 스스로 법 왜곡죄를 적극 적용해 기소하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원활히 작동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타깃은 일선 수사기관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권한 통제와 위축 효과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5일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도 법 왜곡죄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법원장들은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고소·고발 남발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해 재판의 신속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처벌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신속한 재판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 다수는 숙의 없이 사법개편 3법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되는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 왜곡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겁박하고 독립성을 흔들어 한마디로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사법부를 길들이겠다는 것”이라며 “대법관 증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재상고에서 유죄 확정이 나더라도 대법원에서 다시 이를 뒤집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국민적 공론 과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권 집권 이후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숙의과정이 삭제되고 있다”며 “국회 거대 권력을 이용한 사실상의 입법쿠데타”라고 질타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