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의 발전은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암 치료 환경을 바꿔놨다. 전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0%를 넘었고, 수많은 이들이 병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청년기에 암을 겪은 이들은 학업, 취업, 인간관계 등 삶의 중요한 국면에서 오랜 기간 깊은 단절을 경험한다. 사회적 시선과 제도의 공백 속에서 혼자 버텨야 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치료를 넘어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7편에 걸쳐 함께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
정부가 성인이 된 소아청소년 암환자를 포함해 생애주기별로 세분된 암생존자 실태 연구와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선다. 암생존자들이 심리적·사회적으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
22일 장재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복지부는 전국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를 통해 집중 상담과 암생존자 및 부모 심리 지지, 암 재발 두려움 관리 등 심리 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추후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청년층을 포함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암생존자 지원 프로그램 고도화 추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은 암생존자가 경험하는 신체·심리·사회적 어려움 극복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다. 복지부는 중앙센터(국립암센터)와 권역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13개소, 소아청소년 암생존자 수행기관 5개소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현재까지 약 2만3000명의 암생존자에게 통합지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복지부는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와 함께 성인이 된 소아청소년 암생존자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소아암 전문의 간담회, 전국 단위 현황 조사 수행 등을 통해 청년 암생존자의 어려움을 폭넓게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생애별 ‘전환기 관리’ 모델 개발
소아암 환자는 성인이 됐을 때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병상에서 지내던 시간이 길어 남들보다 뒤처지고, 사회에 적응하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지지 기반도 약해 자칫 고립되기 쉽다. 향후 경력이나 임신, 가족·부부 관계와 같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들도 겪는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은 “소아암 환자들을 추적 관리하다 보면 청소년기에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하지만 그 아이들이 성년이 돼서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거나 본인의 질병 이력 때문에 오히려 흡연율이 높아지고 음주도 하게 되는 상황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기 암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환자들의 연속 진료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복지부는 ‘전환기 관리’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 장 과장은 “전환기 관리는 소아암 생존율 향상에 따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과제”라며 “복지부는 관련 연구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전환기 관리 모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소아청소년과와 성인 진료과 간 협진 체계, 진료 정보 공유 등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암 치료 이력이 청년 암생존자들의 고용이나 보험 가입에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 개선 캠페인도 강화돼야 한다. 장 과장은 “청년 암생존자가 고용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을 통해 암 인식 개선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엔 암 유병자 보험 등 암 치료 이후 가입 가능한 보험 상품 확대 등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누구나 암에 걸려…혼자가 아닌 같이
전문가들은 “평소 체중과 만성질환, 식사 관리를 열심히 한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장 센터장은 중요한 건 암에 걸렸다고 해서 좌절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극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가 검진센터에 있다 보니 암환자와 가족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체중이나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교육받으시고도 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내가 뭘 잘못했나’, ‘이제 뭘 더 해야 하나’라며 무너져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말씀드립니다. 암에 걸렸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할 것이다. 지금까지 잘 관리해 왔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된 것이고, 그만큼 회복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해 드립니다.”
국립암센터는 지금까지 전국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세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청년, 소아, 노인 등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장 센터장은 “성인·소아 센터들을 통해 콘텐츠 수요 조사도 지속하고 있다”며 센터를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저희가 보는 시야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토탈 암케어 플래닝’이 잘 정착되면 누구나 혼자 고민하지 않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성장하도록…관심과 응원 필요
최수정 가천대 길병원 인천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장은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다”면서 청년 암생존자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암을 경험한 젊은 세대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단순히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존재 이유와 삶의 방향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죠. 이런 고민을 우리 사회가 더 깊이 이해하고 연결해야 할 지점입니다. 마치 초보 엄마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작은 정보 하나에 위로받듯이 암을 경험한 이들에게도 마음 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절실합니다. 해외 사례처럼 수련회나 워크숍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경험을 나누며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최 센터장은 단순 프로그램 제공을 넘어 이들이 사회에 다시 나아가고 이바지할 수 있도록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젊은 암생존자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큰 나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더 많은 멍석을 깔아 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