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헤아’ 조현우가 그라운드를 밟자 한국 수비는 금세 안정을 찾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은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베트남을 3-1로 꺾고 결승에 안착했다.
완벽이 요구되는 대회다. 이날 승리로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지만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금메달까지 아직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부담에 짓눌린 선수들의 대회 초반 몸놀림은 무거웠다.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타이틀에 눌려 자기 플레이가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은 2년 뒤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출전 선수 나이를 2세 낮췄다. 아시아지역 피파랭킹 1위 이란 역시 골키퍼를 제하고 모두 21세 이하로 대표팀을 꾸렸다.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은 압도적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패할 때만 해도 러시아월드컵 때 독일이 범한 실수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냉소가 잇따랐다.
조 2위로 가시밭길을 자초한 한국이지만 이후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을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안착했다. 때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황의조 등 ‘미친 활약’을 펼친 선수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의 모든 위기는 수비 불안에서 비롯됐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려면 무엇보다 수비 안정이 절실했다.
이번 대회 면면을 살펴보면 골키퍼 조현우가 중심을 잡아줬을 때 수비력이 급격히 올라갔다. 조현우는 이번 대회 4경기에 나서 단 1골만 허용하며 팀의 ‘최종 수비수’으로서 든든히 골문을 지켰다.
강철 같은 조현우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한국은 크게 흔들렸다. 송범근이 대신 투입됐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송범근은 2경기 나서 5골을 허용했다. 분명 수비 안정성에 차이가 있다.
조현우는 페널티박스 내 활동반경이 넓다. 조별리그 2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조현우는 고비로 꼽혔던 이란전에서도 안정적인 볼 처리와 환상적인 선방으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
베트남전도 조현우의 진득한 수비가 빛났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아 들어가는 패스를 노렸던 베트남은 조현우의 발 빠른 대처에 발만 동동 굴렀다. 조금이라도 안쪽으로 날아든 볼은 여지없이 조현우 품에 안겨있었다. 후반 25분 쩐 민 부옹의 그림 같은 프리킥 슛에 실점을 허용한 뒤 한국 수비는 크게 흔들렸다. 볼 터치 실수가 잦게 나왔고 반대쪽으로 파고드는 오버래핑에 때론 노마크 찬스가 나왔다.
이 가운데 조현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조현우는 무릎이 온전치 않은 듯 때론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책임에 소홀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공세를 막아낸 한국은 결국 3-1로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은 슛 숫자만 보면 11개로 한국(4개)에 앞섰다. 불안함은 여전했지만, 조현우로 인해 상당부분 상쇄됐다.
금메달만을 바라보는 대표팀에게 조현우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조현우는 본인을 와일드카드로 뽑은 이유를 십분 증명하고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