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밥 먹어야지” “저 사기꾼” 이명박 재판 생중계 지켜본 시민들

“콩밥 먹어야지” “저 사기꾼” 이명박 재판 생중계 지켜본 시민들

기사승인 2018-10-05 15:50:45 업데이트 2018-10-05 16:10:28

“나라 팔아먹은 놈” “저 사기꾼” “이제 콩밥 좀 먹어야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5일 자동차부품회사 DAS(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역 곳곳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TV 화면에 ‘이명박 1심 선고’라는 자막과 함께 재판정 내부가 나오자 시민들은 하나 둘 씩 걸음을 멈췄다.

이날 재판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높았다. 서울역 2층 역사에 설치된 TV 3대 앞에 놓인 의자 100여 석은 금세 찼다. 자리에 앉지 못해 서서 재판을 지켜보는 시민도 10여 명 정도 됐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정 부장판사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자료화면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얼굴이 화면에 나오자 한 중년 여성은 “어이구”라며 혀를 찼다.

시민들은 판결에 귀 기울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중년 부부는 “도곡동 땅은 MB 것”이라는 자막이 화면에 나오자 “그래 저거 이명박이건데 자기 것 아니라고 하고 대통령이 됐다”거나 판사가 “다스는 MB 소유”라고 말하자 “그렇지 저거는 MB 거야” 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한 시민은 “다들 많이 해먹었는데 왜 이명박한테만 그러냐”고 말했다가 “저 정도 비리는 총살감”이라는 시민과 잠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혐의가 16개에 달하는 만큼 1시간이 지나도 판결이 나오지 않자 시민 일부는 자리를 떴다. 

오후 3시6분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서울역 내부에는 “츳” “참” 탄식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나쁜놈” “저놈이 낙동강 다 말라 죽였다”며 화면을 향해 삿대질 하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결과에 당연한 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송모(59)씨는 “사필귀정 아닌가”라며 “1심 선고재판에서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을 볼 수 없었다. 권력이 있으면 재판정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끝까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법의 심판이 늦게 이뤄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변모(27)씨는 “이제서야 다스 실소유주가 밝혀져서 다행이지만 좀 더 빨리 사법부의 판단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생중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경남 창원 주민 박모(63)씨는 재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말도 하기 싫다”며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다 감옥에 들어갔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재판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복정치’라고 주장하는 시민도 있었다. 부산 시민 서모(65)씨는 “현 정권은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2일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의 선고 중계 방송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4일 건강 문제와 재판이 생중계될 경우 국격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은 349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31억원대 다스 법인세 포탈 혐의, 다스 미국 소송비대납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111억원대 뇌물을 받는 등 모두 16가지 혐의로 지난 5월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정진용, 신민경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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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신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