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7일 오전 12시39분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 구속영장을,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 구속영장을 각각 기각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심경을 말했다. 또 고 전 대법관은 미소를 지으며 “추운데 고생이 많다”고 짧게 말한 뒤 차에 올라탔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범죄 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하여 피의자 관여 범위와 그 정도 등 공모관계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임 부장판사는 이미 다수 증거자료가 수집돼있고,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와 수사 경과 등을 비추어 봤을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례적으로 가족관계도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포함됐다. 박 전 대법관은 임 부장판사에게 ‘기문이망’(倚門而望·어머니가 문에 기대어 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을 언급하며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께 달렸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의 관여 정도와 행태, 또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피의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졌다”며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 재판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최유정 전관로비’ 사건 때 일선 법원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을 비난하는 언론사 기사를 대필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
전날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지난 2015년 4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