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핵심 인물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공판기일부터 검찰과 공소장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전체 증거 기록을 봐야겠다”며 “검찰에서 전체 증거기록 20만여 쪽 중 40%만 열람·등사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는 실체적 파악이 어렵다. 전체 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이에 반발했다. 검찰은 현재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임 전 차장 상급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기록을 전부 넘겨줄 경우 수사정부 유출과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어 기록 열람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또 검찰은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아서 관련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 구속영장 심문에서도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며 “준비기일을 넉넉히 잡아 쟁점 정리를 병행하며 공판을 진행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이 전체 기록 열람과 복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재판부는 “전체 열람·등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다음 공판 준비기일까지 임 전 차장 측이 모든 기록을 받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 측에 당부했다.
양측은 검찰 공소장에 대해서도 다퉜다. 임 전 차장 측은 “수사 기관 심증을 차단해 법관이나 배심원이 예단하지 않도록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정한 재판에 있어서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 사건 공소장에는 제목 등에 검찰 의견서를 광범위 하게 나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임 전 차장 범행이 수년에 걸쳐 은밀히 이뤄진 만큼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 범행배경, 목적 등을 불가피하게 기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오후 2시에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 계획이다.
임 전 차장은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