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카풀 매듭’…공유경제 vs 약탈경제

풀리지 않는 ‘카풀 매듭’…공유경제 vs 약탈경제

기사승인 2018-12-21 00:30:00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카풀 매듭’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카풀 논의가 있었지만, 제자리걸음에 그친 모양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카카오 카풀은 공유경제가 아니라 약탈경제”라고 비판했다. 카풀 서비스가 택시기사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승차공유를 뜻하는 카풀은 ‘공유경제’라는 개념과 함께 등장하게 된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4차위가 카풀 등 공유경제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1년 넘도록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당사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택시업계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카풀 서비스에 대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택시업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당 법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천재지변, 긴급 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등을 예외다. 카풀업체들은 예외조항을 통해 카풀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택시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3건의 관련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지만 계류 중이다. 의원들은 물론 여론에서도 찬반 의견으로 팽팽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30만명에 달하는 택시종사자의 표심을 의식해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일반 국민들은 카풀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카카오를 비롯한 카풀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카카오는 지난 2월 카풀업체인 ‘럭시’를 인수한 이후 카풀 서비스를 준비해왔지만 정식 출시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카카오 측은 지난 7일 ‘카카오 T 카풀’ 베타테스트를 시작했고, 지난 17일에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택시기사 최모씨가 분신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택시업계의 분노를 키웠다. 결국 카카오 측은 카풀 서비스 개시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에 카풀업계가 반격하면서 양측의 대립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풀러스는 20~21일 정오까지 무료로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풀러스투게더 무상카풀 나눔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다음달 말까지는 시간, 거리에 관계없이 2000원의 연결비만 내면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카카오 측도 20일부터 연말까지 1인1회 한정 최대 3만원까지 카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의 이벤트는 여론을 고려해 중단됐다.

해외에서도 공유경제 문제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기존 택시, 숙박 사업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우버는 국내에 진출했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풀 등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전통산업과 신산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사진=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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