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매듭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꼬여가는 모양새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사고가 재발했고, 국토교통부(국토부) 문건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14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고(故) 임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한강성심병원에서 발인한 뒤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장으로 이동해 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 세워둔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전 숨졌다.
지난달 10일 택시기사 최모씨가 분신한 지 한 달 만에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카카오 측은 ‘카카오T 카풀’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정식 출시를 앞둔 상황이었으나 최씨 사망 이후 잠정적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와중에 택시업계를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또 벌어졌다. 한 매체는 지난 13일 카풀 문제를 담당하는 국토부가 만든 문건에 ‘택시 단체와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입장 변화가 없을 시 언론 등에 택시 단체 문제점을 지속 제기’라고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국토부에서 부인했지만, 택시업계는 기자회견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카풀 허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더불어민주당 카풀 태스크포스(TF)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TF는 지난달 28일에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택시업계가 불참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8일에는 민주평화당에서 카풀 관련 토론회를 열었지만, 이번에는 카풀업계가 불참하면서 양측이 마주하지 못했다. 반쪽짜리 행사가 반복되자 택시업계와 카풀업계가 본인들에게 유리한 자리에만 모습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측에서는 양측의 사회적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카풀을 예로 들며 “규제 혁신을 통해 길이 열리고 여러 가지 편리해지는 면이 있지만, 그 규제를 지키려는 자와 변화하려는 이들 사이의 가치관이 충돌해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사회가 변화하는 데도 옛 가치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바뀐 시대에 맞게 상대와 대화하는 유연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 정부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카풀에 옹호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시업계는 기존 택시 호출 앱의 대항마인 ‘티원택시’를 내놓으면서 독자적인 길을 걷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스마트폰 기반의 티원택시는 승차거부 없는 ‘착한 택시’를 만들겠다는 택시단체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카풀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카풀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지 않는 이상 논의 자체부터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