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도 없었고, 국민도 없었다. 지난 24일 진행된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대국민 토론회’는 반의 반쪽짜리였다. 노사는 처음부터 보이콧을 선언해 참석하지 않았고, 토론회장을 찾은 시민들의 수도 적었다. 대국민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무색했다. 애초에 평일 오후 2시 시간을 내 이곳에 올 수 있는 일반 시민이 과연 몇이나 됐을까.
토론회 진행도 시간에 급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보여주기 식 소통’으로 기획된 토론회가 아니었는지 물음표가 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토론회를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결정 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예정된 방청객 질의와 자유발언은 두 차례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사전 질의서 제출 등으로 발언을 한 사람도 중소기업, 농업단체 소속으로 일반 시민으로 보긴 힘들었다. 이마저도 시간에 쫓겨 20분도 채 진행하지 않았다.
토론의 깊이 역시 아쉬웠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토론회에 청년, 여성, 중장년, 언론인 등 계층별 국민대표를 초청해 앞선 전문가 중심의 두 차례 토론회와 차별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날 국민대표들은 개편안 결정과정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호소를 한차례 가량 피력할 수 있었던 게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제기된 객관성·공정성 확보 등 앞선 토론들에 나왔던 의견만 되풀이하는 선에서 맴돌았다. 전문가 집단과 국민대표 간의 대화는 핀트부터 달랐다. 이들의 발언은 서로 섞이지 않고 겉돌았다.
오히려 이날 토론의 성과는 기존 노사의 대표성이 부정당한 것이었다. 국민패널들은 노·사·정 위주의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급변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는 노사단체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상관없는 분들이 다수’,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참여를 거의 못하고 있다’라는 호소가 나왔다. ‘최저임금을 연령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 노·사·정 위주의 생각에선 쉽게 나오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국민대표 패널들은 개편안에 저임금 노동자를 비롯,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 폭을 늘려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기업의 지불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 또한 깊은 논의을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2시간의 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11명에 달하는 패널들을 한꺼번에 몰아넣고 2시간의 토론으로 심도 있는 결론이 나올 거라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 모른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토론의 깊이보다도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보여주기 식 소통을 하던 건 아닌지. 단지 개편안 결정 과정에서 '대국민 토론회'라는 딱지가 필요했던 건 아닌지. 이날 토론으로 정부의 개편안 초안이 얼마나 보완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고용노동부가 내달 초 최종안 도출을 예고한 만큼,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토론회로 진정 국민 간 공론의 장이 열렸는지 한번 돌아 봤으면 한다. ‘대국민’ 이라는 말, 그리 쉽게 붙이는 것 아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