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해 호평받은 올리브 채널 드라마 ‘은주의 방’ 중심엔 배우 류혜영이 있었다. tvN ‘응답하라 1998’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류혜영은 평범한 고민을 안고 사는 심은주 역을 맡아,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
최근 서울 자하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혜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은주의 방’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동안 은주로 살 수 있었던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시청자와 같은 마음으로 은주를 응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류혜영에게 ‘은주의 방’과 심은주는 뜻깊을 수밖에 없는 작품과 인물이다. 삶의 중심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휴식기를 갖던 류혜영에게 알맞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는 류혜영은 “인테리어라는 소재와 청춘의 성장이 접목된 작품이라 관심이 생겼다”고 운을 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영화 ‘특별시민’ 작업 이후 재충전을 위해 쉬었어요. 그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죠. 큰 사랑을 받은 작품 두 개를 연달아서 하다 보니 혼란이 생겼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나만의 중심을 단단히 해야, 대중도 나를 편하게 볼 수 있고 나 또한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단 마음이었죠. ‘은주의 방’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던 중, 그 시점에 가장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얼굴을 막 알린 배우가 작업을 중단하고 쉰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류혜영은 물이 들어올 때, 잠시 노를 멈추고 자신이 왔던 길과 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쪽을 택했다. 타인의 말에 휘둘려 조급하게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라서, 쉬기로 한 이후에도 수시로 마음이 흔들렸어요. 부모님께서 속상해하시기도 했고요. 왜 작품을 하지 않느냐고 걱정해 주시는 선배, 동료들도 있었죠. 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는 만큼,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전까지 번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약한 마음이 들 때마다 결정에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다짐했죠.”
작품을 중단했던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고민의 해답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류혜영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평생이 걸리는 일인 것 같다”고 답하며 웃음을 보였다. 다만 그 시간을 지난 후 ‘은주의 방’을 촬영하며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체감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쉬는 동안 나만의 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 시계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해야 할까요. 타인의 시계를 따라가는 건 불행해지는 길이에요. 내 시계에 맞춰서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죠.”
인터뷰 중 류혜영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 흔들리던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은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류혜영은 쉬는 동안 팬들이 보내준 메시지를 읽으며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었죠. ‘응답하라 1988’이 끝난 후 팬이라는 존재에 대해 실감했어요. 제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늘 저의 행복을 빌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며, 소중함을 알았어요. 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요. 그분들께 배우가 아닌 인간 류혜영을 보여드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그래서 저를 응원해 주시는 댓글에, 혼자 육성으로 답하기도 해요. 대신 팬들에게 작품으로 결과를 보여주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오래 기다리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눈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