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를 목표로 하는 상위 1% 학생과 가족의 입시경쟁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의대’라는 키워드에도 관심이 쏠렸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의대 입학은 입시경쟁에서의 ‘성공’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실제 의대 학생들의 생활은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발표된 ‘의과대 학생들의 인권실태 조사’ 결과 의과대학 학생 10명 중 5명(49.5%)이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16%가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학생의 37.4%가 '성희롱'을, 여학생의 72.8%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은 58.7%에 달했다.
정신건강 수준도 일반인보다 낮았다. 지난 1년 동안 우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의과대 여학생은 28.4%, 남학생은 20.2%였다. 이는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파악한 만 19~29세 연령대 여성의 우울 경험률이 13.8%, 남성이 8.7%인데 비해 각각 3.2배, 2.1배 높은 수준이다.
이 조사를 진행한 연구원은 “밝은 모습으로 입학했던 학생들이 시간이 갈수록 그늘이 진다. 그 이면에 권위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에서 실습 중이던 의과대 학생이 폭력으로 인해 도망치거나 고발하는 사례는 꾸준히 나왔던 문제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개선 노력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인재양성에 힘을 쏟는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비합리적인 권위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인 힘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복종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이런 잣대를 기준으로 우수한 학생들의 가능성을 짓밟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학생 개개인은 의료계 인권발전을 위한 소모품이 아닙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폭력 피해자가 나와야만 인권침해 문제에 주목하는 세태를 비판한 한 의대 학생의 말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불합리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병들고 있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권위주의적인 의료인을 원하지 않는데도 그런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