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 토론회 설전...북미회담 남북경협 여야 공방 [여의도 요지경]

한국당 전대 토론회 설전...북미회담 남북경협 여야 공방 [여의도 요지경]

한국당 전대 토론회 설전...북미회담 남북경협 여야 공방 [여의도 요지경]

기사승인 2019-02-23 04:00:00

청와대와 국회의 이목이 모두 집중된 날, 27일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주(2월18일~22일) 정치권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한국당 당권주자들의 설전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여‧야의 날선 공방으로 연일 뜨거웠다.

한국당 당 대표로 출마한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는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 참석을 통해 본격적인 당심 잡기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각기 다른 비전을 제시하며 자신이 당을 대표할 적임자라고 적극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사면’, '5·18 폄훼' 논란 등 당 내 주요 쟁점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후보가 제시한 비전은 ‘통합’이었다. 황 후보는 18일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서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저래서 안 된다며 서로 손가락질만 하다가 망하지 않았는가.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모두를 끌어안고 가겠다. 맏형처럼 든든하게 당원들을 지키겠다”면서 계파를 초월해 모든 당원들을 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후보는 ‘박근혜 극복론’과 중도보수로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수도권 선거는 박빙의 승부인데, 지금 이 자리에서 듣기 좋은 얘기, 속 시원한 얘기를 잘한다고 내년 총선에서 '효자노릇' 할 수 있나. 박 전 대통령과 더 가깝다고 하면 국민이 표를 주시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9년간 죽어있었다. 여러분이 오세훈을 버리신다면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 정말 뛰고 싶다. 일하고 싶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진태 후보는 자신을 ‘의리의 아이콘’이라고 소개했다. 김 후보는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끝까지 당을 지킨 사람이 누구인가. 왔다 갔다 한 사람, 기회를 엿본 사람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황 후보와 오 후보를 겨냥해 비판했다. 그는 “어디를 가나 ‘김진태’를 외치고 있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대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주 내 진행된 합동연설과 TV토론회의 주요 화두는 ‘박근혜 탄핵 책임론’과 ‘5·18 폄훼’ 논란이었다.

황 후보는 19일 열린 3차 TV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게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객관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탄핵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튿날 이어진 4차 TV토론회에서는 “탄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해야 된다. 다만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탄핵 정당성 질문을 O‧X로 답변하는 방식이) 적절한가,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싶어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오 후보는 21일 “다른 주자 두 분 모두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국민은 탄핵을 역사적 사실로 보고 있는데 이제 와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바로 '탄핵 부정당'이 돼버린다”고 했다. 그는 “이래가지고 수도권 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작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부울경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탄핵을 인정한다는 것은 스스로 국정농단 세력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인정하고는 한 발자국도 나가 싸울 수 없으며 당의 간판을 내리고 해체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사면보다 무죄석방이 먼저다. 투쟁을 해야 한다. 정권을 가져오든지, 그 전에 문재인 정권을 퇴진시키든지 이런 힘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후보는 ‘5‧18 폄훼’ 논란으로 집중 공세를 받았다.

오세훈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해 “'5·18 폄훼' 공청회를 연 장본인”이라며 “지만원씨의 극단적인 극우 성향을 알고도 불렀다면 일부러 사달을 만든 것이고, 몰랐다면 부주의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지만원씨를 부른 세미나가 극단적으로 흘러 한국당 지지율에 마이너스가 생긴다는 것을 고려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5·18 공청회에 제가 참석한 것도 아니”라면서 ”지만원씨는 해당 사안에 대해 오래 연구하신 분“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지만원씨의 주장은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저는 지만원 박사님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합동토론회 분위기를 주도한 ‘태극기 부대’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진태 후보의 열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집단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 권역별 합동연설회에 대거 참석해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를 향한 야유와 욕설로 비난받았다.

이에 김 후보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어제 연설회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대진 조원씨앤아이(여론조사 전문기관) 대표는 “전당대회 토론회에선 당의 비전‧노선에 대해 서로 논쟁하고 다방면에서 이야깃거리가 나와야 하는데 특정 이념과 특정 생각이 전대 전체를 포장해버려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막말 논란과 특정 지지층의 과도한 운동으로 전당대회는 부각됐으나 이후 지지율이 오르는 밴드왜건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선 “황교안의 압승”이라고 짧게 평가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2등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오세훈의 당 내 입지가 더 약하다고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대중여론만으로는 오 후보가 버티기 힘겹지 않은가 싶다”는 의견을 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도 “(북미회담에) 묻히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흥행이라고 볼 순 없다. 상식과 이성을 넘어선 수구적인 발언으로 관심을 끄는 데만 성공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태극기 부대가 결집력이 있고 조직적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황 후보와 오 후보의 표를 갉아먹을 수도 있겠다”면서도 “황 후보도 ‘태극기 부대’를 적극 껴안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표가 나뉘어 오 후보가 덕을 볼 수도 있다. 크게 의미 있는 것 같진 않다”고 예측했다. 

주 후반부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여야의 극명한 시각차가 확인됐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19일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 과정에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면서 남북 경제협력, 경협 사업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감사의 뜻과 함께 긴밀한 협력을 답변했다고 한다”고 강조하며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동북아 냉전과 남북 분단 70년을 마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당 차원에서도 면밀히 주시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을 갖고 “두 정상의 통화는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게 한다“면서 ”(문 대통령의 남북경협 의지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우리 측의 후속조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봤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비핵화 로드맵 없이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것은 한미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에 입각한 안보를 먼저 강조했어야 한다”라며 “남북협력기금 집행 사업에 대해 국회의 사전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대변인도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금을 투입해도 괜찮은지 국민의 동의를 얻는 공론화 과정부터 먼저 진행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평화를 위해 우리가 양보할 수 있고, 경제협력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대진 대표는 “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했다고 본다”면서 “남북경협은 북한 전역의 경제제재가 풀어지는 게 아니라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조금씩 풀어지는 것이다. 북한개발에 있어 경제협력을 우리가 주도하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한국‧바른미래당의 비판에 대해선 “남북경협 자금은 이미 전 정권에서도 진행돼 왔던 사업”이라면서 “국회가 역할을 잘 하고 있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승인을 기다리겠나. 과도한 정치적 논리 싸움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교수도 “남북경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건 전혀 없다. 제재의 범위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북미회담이 단계적‧동시적‧병행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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