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문재인 대통령의 UAE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히즈 하이니스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His Highness Sheikh Mohammed bin Zayed Al Nahyan) 아부다비 왕세제가 26일 내한한다.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다. 왕세제의 긴 이름은 알 나흐얀 왕족 가문의 전임 자이드 국왕의 아들 모하메드 각하란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묻혀 국민들의 관심이 덜하지만, UAE의 실세의 한국 방문은 양국의 유대 강화 및 발전적 관계 형성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란 뜻이다.
오스만 투르크가 아라비아 반도를 지배하다 점점 장악력이 약화되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편에 섰다가 패퇴한 전후로 아라비아 반도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던 국가는 영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열강의 식민지였던 곳들이 하나 둘씩 민족국가 단위로 독립하게 되고 마침내 영국도 영국군을 1971년까지 걸프 연안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때 UAE의 국부로 불리는 아부다비의 쉐이크 자이드 국왕이 중심이 되어 걸프 연안의 6개 토후국들(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아즈만, 푸자이라, 움 알 콰인)이 뭉쳐 1971년, 아랍에미레이트 연합 국가(United Arab Emirates)로 독립하였다.
영국에서 국방과 외교권을 되찾은 UAE 연방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쉐이크 자이드가 취임하였다. 각 토후국들의 왕정과 자치권은 보장이 되며 국토의 85%를 차지하고 석유가 나는 아부다비의 왕이 연방정부의 대통령을 겸임한다. 두바이의 왕은 연방정부의 부통령과 총리를 맡고 있다. 결국 아부다비와 두바이 양대 군주 국가가 UAE 연방정부의 권력 핵심인 셈이다.
1972년 북부 지역의 라스 알 카이마가 UAE 연방 정부에 참여함으로써 7개 부족국가 연합의 틀이 완성되었다. 초기에 바레인과 카타르도 이 연방국에 참여하도록 권유를 받았지만 끝내 두 국가는 연합 결성에 반대하고 따로 독립해 나가게 됐다.
UAE는 초대 국왕 쉐이크 자이드 사후 현 국왕인 쉐이크 칼리파가 2004년에 즉위하여 나라를 통치하였으나 최근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국정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있다. 왕세제인 이복동생 쉐이크 모하메드가 그를 대신해 현재 UAE를 통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다이리 왕비의 아들들 즉, 수다이리 세븐이 국왕과 왕세제를 역임하였던 것과 비슷하게 쉐이크 모하메드 왕세제의 어머니인 쉐이카 파티마 왕비의 아들들이 바로 권력의 실세이다. 파티마 왕비는 UAE의 국모로 추앙 받고 있으며 아부다비 왕실 내의 여성 관련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그리고 모하메드 왕세제의 바로 아래 친동생 쉐이크 함단은 정부의 요직을 거쳤으며 현재 아부다비 서부지역 통치자이다. 4번째 친동생이 바로 연방정부 대통령실의 실장인 쉐이크 만수르이다. 우리에겐 영국 프리미어 축구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UAE는 아랍세계에서 가장 개혁과 개방에 앞선 국가이며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주변에도 절대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수립한 아랍 국가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대개 공화국이란 겉옷만을 입었을 뿐 오히려 권위주의적 독재 체제로 나라를 운영한다는 점이 UAE와 다른 점이다.
최근에는 가톨릭 교회의 수장, 즉 제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가 UAE를 방문해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UAE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극진하게 영접했으며 교황은 아부다비의 자이드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17만명이 참석하는 역대급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의 아라비아 반도 방문은 역사 상 최초이며 평화와 종교 간의 화합이 방문 내내 강조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UAE 방문은 UAE의 개방과 관용에 대한 상징적인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UAE와 한국는 돈독한 관계다. 우리나라는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UAE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갖고 아부다비에 바카라 원전을 건립하기도 하였다.
UAE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대표하는 허브 국가이며 석유자원 이후의 시대를 고려한 산업과 문화를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전통적인 교류 분야였던 무역, 투자, 에너지, 건설, 사회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국방, 농업, 정보통신기술, 신재생에너지와 보건의료 등의 새로운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려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대통령의 UAE 방문과 이번 왕세제의 답방으로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기회는 선진국에 있지 않고 새로 변화하려는 지역에 있다. 특히 UAE는 ICT, 의료, 신재생에너지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므로 한국의 의사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교류 확대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정리=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