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시국회가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하자마자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대변인’ 발언으로 원내 제1·2당이 상대 당 지도부를 맞제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공조하는 여야4당과 한국당의 충돌은 이주 최고조로 치달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개원 이틀째인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외신의 보도표현을 인용하며 “더이상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발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25분간 연설이 중단되었고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회의가 재개됐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한국당은 제1야당의 대표 연설을 막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징계안을 윤리위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김대진 조원씨앤아이(여론조사 기관)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본다”며 “반문정서가 강한 지지층의 결집과 야당의 반발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유악한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에 부합한 결과지만 국민의 정치혐오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여당의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진 않았다”면서 “발언에 야유할 수는 있지만 중단하게끔 한 것은 과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오버액션을 한 것”이라면서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외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대변인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그 이야기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고 국가원수 모독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주장했다.
양당의 윤리위 제소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 서로 맞제소함으로써 끝난 일”이라고 했다.
지난주부터 공방을 이어오던 선거제·개혁법안 추진 갈등은 최고조에 도달했다.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은 지역구 의원 225석과 비례대표 75석에 합의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야3당은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 요소가 있다며 선거제 패스트트랙 지정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강력 비판했다. 한국당은 의원정수를 줄이자는 국민 여론에 부응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김대진 대표는 한국당이 제시한 안에 대해 “있을 수 없는 법을 내면서 국민들의 호응얻는 건 사실 국회의원 기본적 자질에서 어긋난다”라고 했다.
위헌 요소 여부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도 국회 들어와 논의하라는 의미로 헌법에 비례대표제가 명시돼 있는 것”이라면서 “법률로는 (비례대표의) 수를 정하라는 것이지, 없애는 건 위헌 요소가 있다”고 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비례대표제는 박정희 정부가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다 위헌이라는 얘기인가”라면서 “오히려 지역구 의원수가 많아 비례대표를 한 명도 가져갈 수도 없는 가능성이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제와 함께 신속처리안으로 지정될 법안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법으로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내부 의견 차이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며 양심적인 의원들에게 기대를 건다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