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낳으랄 땐 언제고, 주먹구구식 '소아재활'

[기자수첩] 낳으랄 땐 언제고, 주먹구구식 '소아재활'

기사승인 2019-03-19 04:00:00

"대통령 공약이면 뭐합니까. 오히려 (소아재활은) 축소되고 있는데요. 우리 아이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요."

발달장애 아이를 둔 한 어머니의 말이다. 최근 소아재활분야 치료를 축소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국대 일산병원마저 소아 낮병동 운영을 중단했다. 낮병동을 운영했다는 것은 그나마 소아재활에 신경 쓴 병원이라는 뜻이다. 6시간 동안 집중치료를 제공하려면 일반 입원 환자보다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수가는 성인보다 낮아 병원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꼽혀 수년째 공급난에 처해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아재활 환아 보호자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한 곳이 포기하면 나머지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여기에 더해 소아재활에 손을 놓는 병원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증장애 아이들의 치료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환아와 가족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한 소아재활의료시스템을 보완하는 정책이 아니라 목소리 큰 지역에 간신히 작은 병원을 지어주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9개 권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했으나 규모가 줄고 속도도 더디다. 현재 건립 중인 병원은 대전지역 1곳에 불과하고, 6곳의 경우 병원이 아닌 외래 중심의 센터를 짓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발달장애 환아와 가족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재활을 다루는 정책 방식이 주먹구구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일부 지역에 운영하는 병원과 센터로는 전체 소아재활 의료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의료의 질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 정책을 대대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 사회가 태어나는 아이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손상된 신체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만 7세 이하 시기는 신체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난임지원 사업을 통해 아이를 가졌다는 발달장애 환아 어머니는 "주변을 봐도 시험관을 통한 다태아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두 명 다 정상적인 경우는 드물다"며 "환경 등의 문제로 미숙아나 발달지연 아이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도 소아재활 의료기관은 여전히 적고,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다. 앞뒤가 다르다"고 호소했다. 아이를 낳는 일은 적극 권장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내는 최소한의 치료에 인색한 것은 문제가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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