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은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시나리오를 보기 전부터 영화가 세월호를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단지 소재 때문에 선을 긋고 보기엔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시나리오였다”며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그게 중심이 아니라 어른들의 각성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악질경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에, 이 영화를 보신 기자님들이 ‘당황했다’ ‘충격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우리가 여태까지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일종의 금기시하는 바람에 언급조차 하지 않아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그 사건 자체에 관해 우리 사회의 모두가 미안함과 죄의식을 조금씩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악질경찰’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사건에 대한 진심이 영화 속에 진솔하게 담겨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꽤 성취감이 있는 영화예요.”
이정범 감독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이선균인 만큼, 영화를 선택하는 데에 부담도 망설임도 없었다. 이선균의 말을 빌자면, 이 감독은 그에게 ‘고마운 형’이다. 학교를 함께 다니며 영화 작업이 무엇인지 이선균에게 알려주었고, 그런 그가 이선균에게 시나리오를 준 것 자체가 기쁨이 컸단다. 그가 맡은 조필호 캐릭터 또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여태까지 이정범 감독 영화를 보면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과 액션이 너무 멋지고 영화적이었거든요. 하지만 필호는 조금 달라요. 사실적인 데다가 생활 밀착형 인간이랄까요. 영화적 공간이 아니라 집 안에서 조금은 ‘구질구질하게’싸우는 장면이 많죠. 멋진 부분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할 때 힘들었고 자질구레한 부상도 있었지만 그만큼 성실하게 임했어요. 방심하면 위험해지니까요.”
이선균의 필모그래피는 최근 조금씩 바뀌어왔다. 대중이 그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는 아직도 로맨틱 코미디 속의 멋진 남자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이선균은 강렬하고, 때론 폭력적이다.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일부러 바꾸려고 한 건 아니다.
“제가 뭔가를 바꿔야지, 배역을 바꿔야지 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편은 아니에요. 그간 제게 좀 다른 역할이나 캐릭터가 들어온 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제가 연기하는 거잖아요. 제가 연기를 좀 바꾼다고 해서 이선균이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려고 애를 썼어요. 후드 티셔츠만 입다가 가끔은 정장을 입는 것처럼, 어떻게 역할을 표현할까? 하는 생각에만 골몰해왔던 것 같아요.”
‘악질경찰’은 좋은 어른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다. “이런 것들도 어른이라고”라 말하는 전소니의 대사를 들으며, 관객들은 모두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마련이다. 이선균은 ‘좋은 어른’이 되기보다는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존경 받고 아니고를 떠나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기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