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세법 개정을 둘러싼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50여년간 유지됐던 세법을 바꾸자는 연유는 왜일까. 수년전부터 주류업계에서 주세 개편을 요구해온 가장 큰 이유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와의 과세 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세법상 맥주와 소주, 위스키, 와인, 그리고 전통주 중에서 증류식 소주에는 72%의 주세가 붙는다. 여기에 30%의 교육세가 붙으며 추가로 주세·교육세 합계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포함된다. 청주와 약주는 기타주류로 분류돼 주세가 72%가 아닌 30%, 막걸리는 탁주로 5%가 부가된다.
반대로 수입맥주는 과세표준에 수입 신고금액과 관세만이 적용된다. 여기에 72%의 주세가 적용된다. 이 신고가가 수입업자 임의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신고해 세금을 줄인 뒤 원래 가격대로 높여 팔 수 있는 꼼수가 존재한다. 또한 미국·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협정으로 수입맥주에 대한 관세가 전면 철폐돼 이러한 차이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주세법 개정안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국산 맥주와 수제 맥주의 역차별 해결’이 아닌, ‘종량제 전환 시 소주 가격을 어떻게 할 것이냐’로 바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세는 종가세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술의 용량 또는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주세를 부과하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주세 체계를 맥주, 소주, 와인, 전통주 정도로 단순화하고 종량세로 전환한다면 국산맥주나 지역전통주에 가격경쟁력을 실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종량세 전환 시에는 앞서 말했듯 국내에서 소비되는 주종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주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략 20도 소주 기준으로 약 10%의 세금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부처가 주세법 개정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그러나 수입맥주와의 주세 역차별과 소주가격 변동은 엄밀히 보자면 별개의 건이다. 그러나 ‘종량세’에 묶여 함께 여겨지다보니 명확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소주 가격 변동’이라는 큰 틀에 갇혀서 놓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막걸리나 약주·과실주, 청주는 현재 소주·맥주의 72%보다 낮은 세율을 받고 있지만, 낡은 세법에 묶여 시장이 정체돼있다.
제품 제조시 원재료로 막걸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향이나 색소를 첨가할 경우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세금 역시 탁주 5%보다 높은 기타주류 30%가 적용되며, ‘막걸리’라는 말도 사용할 수 없다. 2016년 과일향 등을 첨가한 막걸리가 유행했지만 정작 큰 이익을 남기지 못했던 이유기도 하다.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구분되면 유통경로도 달라진다. 탁주와 약주, 청주 등은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하며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특정주류도매업자는 ‘밥줄’을 뺏기는 셈이고 소주·맥주 등을 취급하는 종합주류도매상 입장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은 막걸리 제품 등을 굳이 취급할 이유가 없다.
특히 종합주류도매상과 특정주류도매상은 유통 경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주조회사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유통망을 뚫어야한다. 영세 전통주 업체에게는 이마저도 큰 부담이다.
전통주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향이 첨가된 막걸리 등을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탁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나의 규제로 이미 수십년간 이어져온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소주 가격 인상에 따른 국민 여론이 부담된다면 그대로 두고, 맥주와 전통주의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일은 되게 해야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