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성 작가의 책 <우리아이 낭독혁명>에서는 아이의 독서력은 ‘글자를 언제 배웠느냐’보다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어휘와 문장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고 작가는 6세 이하 아이들이 ‘즐기는 독서’를 하기 위해선 무조건 책 읽기를 강요하고 글자를 가리키기 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이들이 친근한 목소리를 통해 어휘와 글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동발달학과 교수 매리언 울프는 "부모나 다른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보낸 시간의 양이, 몇 년 후 그 아이가 성취할 독서수준을 예언해주는 좋은 척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부모가 퇴근 후 직접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아이들이 부모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됐다. KT가 29일 공개한 ‘기가지니 테이블 TV’에는 개인화 음성합성(P-TTS, Personalized-Text To Speech)이라는 특별한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이 적용된 키즈 콘텐츠 ‘내 목소리 동화’는 기계가 대신 부모의 목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지난해 5월 KT가 상용화한 P-TTS는 약 30분에 걸쳐 300개의 샘플 문장을 녹음하면 발화 패턴과 억양을 학습해 다양한 문장을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구현해준다. 한번 녹음하면 추가로 녹음할 필요가 없어 동화책을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동화를 부모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다. 일반인의 목소리로 P-TTS 기반 상용 서비스를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기가지니 앱을 통해 제시된 300문장을 따라 녹음하면 최소 하루 뒤부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KT 융합기술원은 딥러닝 음성합성 엔진과 관련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특허를 출원했다.
최준기 KT AI기술담당 상무는 "목소리 녹음이 끝나면 동화책 주인공 이름을 내 아이의 이름으로 바꿔 읽어줄 수도 있고, 책을 읽기 전에 ‘아빠가 예서에게 읽어주는 동화’ 등 특별한 멘트가 나가기도 한다"며 "내 목소리 동화는 GPU 등의 연산작업 등이 필요해 우선 5월 동안 300명을 대상으로 하고, 이후 서비스 안정화를 거쳐 전체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29일 현장에서 ‘내목소리 동화’를 이용해보니 화면에는 책의 겉표지만 등장한 채 소리만 흘러 나왔다.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매칭시키는 단계에 이른 어린이들을 위해서 ‘문장’이 함께 제시되거나, 일방향적으로 듣기만 하지 않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단계는 앞으로 키즈 콘텐츠가 발전해나가야할 방향이다.
이외에도 아이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동화책 서비스도 준비했다. 5월 중 출시하는 ‘핑크퐁 이야기극장’은 동화를 읽다가 아이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멀티 엔딩 동화서비스다. 더불어 대교 상상키즈 북클럽에 AI 서비스를 결합한 ‘기가지니 북클럽’ 서비스도 선보인다. 기가지니 북클럽은 기존 구독 서비스와 함께 소리동화, 세이펜 등 AI 동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최준기 상무는 "가장 인기 좋은 단어가 '뽀로로'인만큼 AI스피커는 육아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며 "독서와 육아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어린이들이 우리의 미래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책이 재밌어지는 기가지니'를 서비스로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월2일 출시하는 ‘기가지니 테이블TV’단말기 가격은 부가세 포함 39만 6000원이지만, 통신·인터넷 등 결합 상품으로 구매할 경우 20만원 이하로 구매 가능하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