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잡은 이지매칭(easy-matching)으로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기술보증기금의 예비창업패키지 선발자 가운데는 '본인 창업 걱정'이 아니라 '다른 이들 일자리 걱정'으로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일자리-일거리 연결 전략을 선보이며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창업가 신범준(39) 바이셀스탠다드 대표의 첫 인상은 순해보이지만 패기있는 모습이었다.
인생 다모작 시대가 다가오면서 ‘신중년’들의 인생 2막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중년이란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 일자리 등에 종사하며 70대 초반 노동시장 은퇴를 준비하는 과도기에 있는 5060 세대다.
미흡한 노후준비나 자녀 교육 등의 경제적 이유로 계속해서 일을 해야하지만 빨라진 은퇴 시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하는 것이 지금의 중장년 세대다. 정부 역시 고령화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신중년 고용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신중년 중심 고용정책과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까지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지인 소개로 일자리를 찾는데 그치거나 구직 시도 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젊은 구직자 위주로 개발된 주요 취업포털이 그 장벽이었다. 이력서 작성 시 평균 41개 이상에 달하는 과도한 정보입력과 장문의 텍스트를 의무로 작성해야하는 것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신범준 대표의 ‘파파잡’은 국내 최초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플랫폼이다. 이지매칭이라는 ‘구직활동 간소화’ 과정을 통해 이력서 작성과 일자리 매칭이라는 두가지 난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항목을 패턴화시켜 ‘터치’ 몇 번으로 완성된 이력서를 자동 생성해준다. 또 시니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적합한 일자리를 쉽게 매칭시켜준다. 덕분에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신 대표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해온 ‘중장년층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있다. 신 대표를 지난 2일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나 일자리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발 나아가 신중년의 일자리 문제와 사회적 일거리를 쉽게 연결(이지 매칭)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한 계기가 있나
▶스스로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꼭 필요했다. 무엇보다 평가위원도 납득 시키지 못한다면 누구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깐깐한 그들을 납득시키면 그 누구에게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3년 전부터 ‘구직활동 간소화’에 대한 개념을 수립하고 ‘파파잡’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도메인을 선점했다. 끊임없는 고민과 리서치를 통해 ‘시니어 일자리 특화 이지매칭 플랫폼’에 대한 확신이 섰고, 좋은 투자제안도 있었지만 시작을 정부지원사업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먼저 이루겠다 결심했다.
-파파잡만이 가지고 있는 ‘이지매칭’이란 무엇인가
▶토스나 카카오뱅크 등 최근 떠오르는 우수한 IT기업들의 특징은 ‘서비스의 간소화’다. 그래서 구직활동의 간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이력서 작성 시 불필요한 정보는 전부 없앴다. 일반 취업 주요포털은 41개 이상 정보를 입력해야했는데 파파잡 앱을 깔면 그 단계가 70% 이상 축소된다. 텍스트가 아닌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하다. 즉 시니어들의 구직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게 파파잡의 특징이다. 이 앱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도 이미 특허출원을 받았다.
-시장성이 있는 분야인가
▶ 기대수명이 높아져 평균 퇴직 연령 57세를 기점으로 남자는 22년 여자는 28년을 노년기로 생활해야한다. 인생 다모작시대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일을 지속해야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분들의 수요만 작게 잡아도 7~800만 명 이상이다. 현재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취업포털 회원 수는 약 180만 명인 반면 시니어 일자리 산업은 그 3~4배 큰 잠재수요가 있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이다.
또 파파잡으로 3년 이내 해외진출에 대한 목표도 갖고 있다. 단순 노동 인력 비율과 문맹률이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이 주요 공략처다. 무엇보다 젊은 인구가 많고 아직까지 일자리 포털의 개념이 자리 잡지 않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시니어가 아닌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시장이라 생각한다.
-구직자는 많지만 시니어 직원에 대한 수요는 작은 ‘미스매칭’ 문제가 있지 않나
▶ 기업들의 동기유발을 위해 빠른 시간 내 회원 증가로 의미있는 수준의 규모까지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소위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시니어 회원들을 뽑아야 한다면 파파잡이 가장 낫다’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관공서나 기업에서 ‘시니어 채용은 파파잡이 가장 명확하다’라는 인식을 심는 데 집중할 것이다.
또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타다’ 드라이버, ‘쿠팡’ 플랙스 배송 등 시니어들이 품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의외로 많다. 이런 기업들과 적극적인 업무제휴를 통해 구직자들에게도 보다 관심 높은 서비스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내후년까지 직원수를 145명으로 늘려 ‘구직활동 간소화’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위해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하고 설득할 것이다.
-어떻게 시니어들을 이곳에 모이게 할 계획인지
▶초기 파파잡의 마케팅 타깃은 시니어는 물론 시니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대학생·사회초년생 정도의 자녀들이다. 자녀들이 먼저 부모님에게 파파잡 앱을 깔아드리고, 모르는 기능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부모는 더 이상 자녀 몰래 일자리를 알아보며 마음 졸일 필요 없고, 자식들은 부모님이 더욱 더 마음 편히 구직활동에 임하실 수 있게 격려해드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 노인일자리 창출 위해 노력하는 기관 및 각 지방정부와도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회원들의 DB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 중에 있다. 물론 유튜브를 즐겨보시는 시니어들을 위해 유튜브용 가이드 영상도 제작해 적극 배포시킬 계획이다.
-사업의 수익성 창출 방법은 어떻게 되나. 돈을 내고 가입을 해야하는지?
▶플랫폼 기업은 처음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B2C로는 규모를 만들고 B2B로 수익을 낸다는 기조는 유지할 것이다. 일단 초기 1년은 첫 단계로 양쪽의 시장 구직자와 구인기업 모두가 인정할만한 플랫폼을 완성하는데 집중하겠다. 이후 2~3년은 사업의 가능성과 볼륨을 증명해낼 시기라 생각하고 의미있는 vc의 투자유치 노력과 DB와 플랫폼 을 활용한 광고페이지 운영, 시니어 관련 시니어 O2O몰 운영, 헤드헌팅펌, 일자리 포럼&박람회 운영 같은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나 포부가 있다면
▶‘시니어 노동 시장 개척’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뛰어든 만큼 일단은 견디고 버텨내는 것이 숙제다. 그래야 향후 스케일업을 통한 더 많은 기회와 일자리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정부를 천명했지만 여러가지 대외적 요인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먼저 나서 시니어들이 겪고 있는 구직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구직활동 간소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준다면 구직 욕구가 강한 시니어의 특성상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실업률 감소와 시니어 일자리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예측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대통령께 직접 시니어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구직활동 간소화’에 대한 제언도 드려보고 싶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