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외교기밀을 누설한 의혹으로 외교관 K씨를 적발한 것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부처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감찰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강 의원과 K씨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청와대가 구걸 외교를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운다”며 “수사 의뢰 등 법적 대응과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을 통해) 폭로된 내용은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 성격”이라며 “한마디로 외교, 국민 기만의 민낯이 들키자 이제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씌워가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회의에 함께 참석한 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밝힌 내용을 갖고 외교부 공무원의 핸드폰을 압수해서 조사한다는 게 21세기 대명천지에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의원은 “청와대의 공무원 감찰은 공직사회를 겁박하고,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무능한 외교를 비판해 온 본 의원에 대한 보복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강 의원과 K씨 간의 정보 공유는 기밀누설죄에 해당한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전날 오후 현안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국당 강효상 의원과 외교부 공무원의 국가안보기밀 누설의 범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라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라며 “강효상 의원의 범죄행위에 기대어 정치공세로 동조한 한국당 역시 그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효상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하순 방일 직후, 한국에 들러달라고 전화로 제안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강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강 의원은 “미국 외교소식통을 통해 파악된 근거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외교부의 합동 감찰 결과에 따르면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가 강 의원에게 통화 내용을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