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조업중지 10일”
정부가 포스코·현대제철의 포항·광양·당진 제철소에 열흘간의 사전 조업 중단 통보를 내렸다. 대기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혐의다. 단순한 사실관계로만 본다면 일견 타당한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처분으로 고로의 조업이 중단된다면 환경 의식 없는 철강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크게 반기고 있기도 하다. 비록 그 결정이 명확한 증거와 관련 산업에 미칠 피해가 고려되지 않았음에도 그렇다.
실제로 이번 결정을 반기는 이들은 적다. 먼저 자동차·조선·철강·건설 등 철강업계의 국내 전후방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철강업은 대부분 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산업이다. 대다수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이에 ‘산업의 쌀’로 불리고 있는데, 만약 제철소의 조업이 중단된다면 사업에 필요한 철강재의 공급 우려와 가격 급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제야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조선업계, 침체기인 건설업계, 주춤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정부의 ‘제철소 조업중지’ 처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철강업은 용광로에 쇳물이 굳지 않도록 생산설비가 항상 가동돼야 한다. 만약 제철소의 용광로가 멈추면 쇳물이 용광로에 들러붙고, 재가동에 최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또 준비 과정 없이 용광로가 식어버리면 용광로 자체가 거대한 쇳덩어리가 돼 폐기해야 한다. 결국 조업 중단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우려까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 자체가 현장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업 중지 결정의 배경이 된 철강사들의 고로 브리더(안전밸브)를 통한 오염물질 배출이 비단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과정은 유럽, 일본, 중국 등 전세계 제철소들이 고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 과정에 모두 선택하는 조처라는 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게다가 이 조처를 통해 밸브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압력으로 고로의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 철강사들이 조업 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바로 고로 조업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앞으로 2주간 해명과 반론을 담은 의견 제출 기간이 있다. 이 기간 철강사들은 문제가 된 안전밸브 개방 이슈의 불가피함을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중국을 비롯한 국외지역에서 비롯된 미세먼지 문제에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국내 미세먼지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철강사를 국내 미세먼지 ‘1위’로 지목해 외부에서 해결해야 할 답을 안에서 해결하겠다며 정책적인 매질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돌파구가 없다는 이유로 ‘보여주기식’ 마녀사냥은 미세먼지에 좋은 답안이 아니다. 현장을 이해하고, 상황에 알맞은 환경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