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미중 간 무역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추경 등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하반기 경기 흐름이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무역 분쟁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통위를 주재하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성장흐름에 영향을 미칠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대외 경기여건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안정 상황을 계속 유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현 수준에서 0.25%p 더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을 (금리인하) 시그널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문답.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 유효한가
1분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모두가 예상외 결과로 받아들였는데 어떻든 국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는 그야 말로 1분기 부진에서 회복되는 모습이다. 하반기에 가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주된 요인이던 재정정책이 확장 운용되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점차 완화되면서 상반기 대비 성장 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이 아직 예쁘진 않지만 물량으로만 보면 반도체는 수출 물량이 증가폭이 확대되는 그런 개선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4월 전망에서 우려되는 상황도 있다. 바로 무역 분쟁인데 5월 들어 악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저희들이 지난번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통화정책도 이러한 것을 지켜봐가면서 운용하겠다는 취지로 말씀 드렸다.
7월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은
하향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아마 경기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 요인이 악화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이 앞으로 한 달 내에 어느 정도로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 그 상황도 지켜보고 향후 전망을 판단해 나갈 계획이다.
금리인하 논의가 환율에 어떤 영향 줄 것인가
최근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외환시장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금리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다. 물론 금리도 영향을 주겠지만 글로벌 리스크 변화, 무역 분쟁 전개 양상 등 국제적 리스크가 어떻게 바뀌느냐, 우리나라 대외건전성 수준이 어느 정도냐, 거기에 영향을 받는다.
외환시장에는 수많은 참가자 있는데 투자 목적이나 투자 시계, 외환포지션 구축 면에서 다양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형태 투자자 그룹이 참가하면서 이들 환율 기대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나타난 것이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 논의나 기대를 가지고 원달러 환율 방향성을 총재로서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장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낙관했던 무역 분쟁이 악화되는 쪽으로 방향 틀면서 거기에 따른 우려로 이런 기대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거시 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는데, 이 상황을 종합해서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지 않느냐고 보고 있다. 종전 입장과 변함이 없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 보면 1분기 성장률은 부진했지만 앞으로는 수출과 투자 부진 정도가 완화될 것이고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미리 말씀 못 드려도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낮은 물가 오름세는 정부 복지정책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하반기 가면서 높아질 것이다.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어디에 더 중점을 두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건 사실이다. 금융안정 상황은 단기간에 해소되는 상황이 아니다.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특히 가계부채인데 가계부채가 어떤 지표와 대비해서 보더라도 상당히 과다한 건 의심할 여지 없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소득증가율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안 정 상황은 여전히 유의해서 봐야할 것.
지금 상황에 어디에 중점을 두기보다 거시경제 흐름, 금융안정상황을 그야말로 함께 균형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 운용하겠다고 강조 드린다.
정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어떻게 보나
경상수지는 월별로 보면 계절성을 띤다. 4월 배당금 지급, 관광 시즌 때 지급이나 월별로 보면 경상수지가 기복이 꽤 심하다. 그래서 월별 경상수지 흐름은 크게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연간으로 볼 때 얼마냐. 설령 4월 특유 요인으로 경상수지 흐름이 바뀌더라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본다. 월별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연간지표에 더 주목해달라는 말씀 드린다.
소수의견이 나왔는데 향후 시그널로 봐야 하나
소수의견이 한 분 나왔다.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다. 기자간담회에서 말씀드리는 건 금통위 다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다. 금통위 시그널로 보는 건 무리다. 물론 과거에 소수의견이 있고 소수의견 늘어나고 하면서 실제로 이뤄진 결과가 많이 있긴 하지만 다수 금통위원들은 언급한 세 가지 이유 내세워서 지금 금리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씀드린다.
가계부채 둔화에는 많은 정책적 효과가 녹아있다. 기준금리 인하도 영향을 줄 것이고 정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또 역시 작용해서 나타난 결과다. 금리정책이 금융안정에 영향을 안 준다, 이렇게 볼 수 없다고 말씀드린다.
무역 분쟁 불확실성 어떻게 진단하나
5월 초까지만 해도 큰 틀에서 합의가 돼 타결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였다. 빠르면 5~6월 타결 전망이 우세했는데 미중 상호관세 추가 인상을 발표한 5월 초부터 갈등이 고조되면서 장기화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제는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특정 기업 제재, 전개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못 볼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해외 전문가 그룹 전망을 보면 낙관론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는데 종전에 비해서는 정말 장기화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