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기존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졌고 전개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웠다. 새로운 용어와 세계관을 공부해야 했다. 인물들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더 답답했다.
지난 1일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1회는 두 번이나 세월을 건너뛰며 등장인물들의 출발점과 세계관을 설명했다. 타곤(장동건)과 은섬(송중기)가 핵심인물이었다. 아스달의 연맹장인 산웅의 아들인 타곤은 어린 나이에도 전략가 기질을 발휘해 이종족인 뇌안탈과의 대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사람과 달리 파란피가 흐르고 신체능력이 뛰어난 뇌안탈과 맞서 싸우는 대신, 치명적인 전염병을 옮긴 후 불을 이용해 공격한 것. 너무 잔인한 전쟁에 회의를 느낀 아사혼(추자현)은 뇌안탈의 위대한 사냥꾼인 라가즈(유태오)와 도망치고 은섬을 낳는다. 살아남은 뇌안탈을 추격한 사람족은 라가즈를 결국 죽이고 꿈의 계시를 받은 아사혼은 은섬을 데리고 대흑벽 아래에 있는 미지의 지역 이아르크로 도망친다.
‘아스달 연대기’는 한국형 판타지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완성도 높은 CG와 영상미도 눈에 띄었지만, 상상력을 발휘한 과감한 세계관이 인상적이었다. 뇌안탈 종족을 등장시켜 국가가 아닌 종족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냈다. 신을 모시는 신관들의 존재와 꿈을 통해 계시가 전해지는 설정도 제시했다. 사람이 선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설정들은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정도면 머나먼 과거로 돌아갈 이유가 된다.
문제가 있다면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관이 너무 크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사람, 뇌안탈, 이그트라는 세 종족이 등장하고 그 특징과 어떤 취급을 받는지도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르다. 사람족의 아스달에도 여러 부족이 존재하고 그 특징과 욕망이 다르다. 멀리 떨어진 이아르크에도 다양한 씨족이 존재한다. 종족과 부족을 공부하고 이해해도 등장인물들이 어느 종족, 어느 부족인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기본 지식이 없이 등장인물들의 대화만 듣고 이해하긴 힘들다. 열심히 봐도 따라가기 힘든 이야기가 거침없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는 시청자는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지금까지 그려지지 않은 시대에 도전한 과감한 시도와 흥미로운 상상력, 그것을 구현한 연출력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드라마 세계관을 공부하면서까지 봐야 할 정도의 재미를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봐야 할 이유를 설득해내는 최근 드라마 흐름과 달리, 서막이 이렇게 긴 건 치명적이다. 상대적으로 단순화시킨 이야기 구조 덕분에 캐릭터도 단순해져 등장인물들에 몰입하기 어렵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도 느껴진다. 방송 전부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비교되어 온 것에 더해 영화 ‘아바타’의 설정과 세계관, ‘사조영웅전’ 등 무협지의 인물 구도도 떠오른다.
시청자들은 혹평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기대한 것에 비해 아쉬움이 큰 것이다. 어두운 화면과 복잡한 설정, 배우들의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반응이 많았다. 회당 30억원, 총 540억원을 들여서 만든 드라마라는 사실을 들어 실망감을 드러낸 시청자도 있었다. 신선한 이야기라는 칭찬도 간혹 보였다. 1회만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스달 연대기’는 첫 회 시청률 6.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전작 tvN ‘자백’이 첫 회 4.6%로 시작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아스달 연대기’는 독특하게 6회씩 세 파트로 나눠 방송된다. 첫 번째 파트인 ‘예언의 아이들’과 두 번째 파트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이 끝나면 잠시 휴식기를 갖고 마지막 파트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을 방송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