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홍보용 웹툰이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욕설로도 모자라 노인과 하층민을 비하하는 표현이 버젓이 실려 있었다. 다소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기업 홍보용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기업은행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총 6회 분량 웹툰을 볼 수 있다. 지구를 정복하러 온 로봇 ‘기은센(기업은행 마스코트)’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한 가정에 머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1화부터 범상치 않다. ‘기은센’ 일당이 극 중 남녀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를 공격한다. 군대가 소집될 만큼 비상사태인데 학교는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을 계속할 것을 강요한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에는 민감한 내용이 곳곳에 숨어있다. 가령 4화를 보면 ‘X박혀 있다’라든지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약해진다’라는 표현은 논란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5화에서는 이른바 ‘불량학생’들이 기은센을 괴롭히며 ‘선생님 말도 안 듣는데 네 말을 듣겠느냐’ ‘새X’ 등 욕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은 더 있다. 남녀 주인공이 ‘기은센’ 입주 1주년을 축하하며 선물을 주는 장면이다. 선물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을 다룬 책이다.
책 표지에는 ‘노예해방 링컨대통령’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 옆에 ‘노예한테 적당한 선물ㅋ’라는 말풍선을 달았다. 다음 장면에는 책이 ‘일해라 노예!’라고 한다.
장면 사이사이에는 기업은행 CI와 모바일뱅킹 홍보이미지를 넣었다. 마지막에도 기업은행 CI를 보여주며 웹툰은 끝난다. 이 웹툰은 지난 2년 전 연재 종료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은센 캐릭터의 친근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웹툰을 기획한 것”이라며 “웹툰의 구성은 외부업체에 위탁한 것으로 일부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전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