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러브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년 가까이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네이버가 사업철회 소식을 알린 용인시마저도 다른 부지를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알려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유치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지자체는 경기도 의정부시와 파주시, 경북 포항시와 전북 군산시, 인천광역시 등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대형 컴퓨터) 수만대를 운영해 인터넷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저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국내에서도 아마존과 오라클,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세계 주요 도시에 경쟁적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위험‧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용산 ‘님비현상’의 대상이었던 네이버 데이터센터 역시 ‘핌피현상’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를 지역에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정말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지역 내 수익성 사업에 도움을 줄까.
결론적으로 기존 산업의 계산법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접근 방식이라면 지역 내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할 때 3차 산업에선 ‘고용창출’의 규모 등이 중심이 됐지만 4차 산업에선 관점을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IT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스마트팩토리가 증가하며 기계들도 무인화 되어가고 있어 실제 지역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해도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보단 미국 실리콘밸리, 혹은 판교 IT밸리처럼 대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기업들이 들어서 군락을 형성하는 등 IT 생태계가 조성되면 얻을 수 있는 부수적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네이버가 2013년 강원도 춘천에 지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각'은 축구장 7배 크기(5만4229㎡) 부지 위에 본관 등 4개의 건물이 위치해 있지만 네이버 직원은 170명에 불과하다. 다만 2010년 춘천에 설립된 네이버 자회사 인컴즈가 500여명의 인원을 고용했다. 즉, 제2의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직접적인 고용창출은 적을지라도 IT기업들이 모임으로써 생기는 간접 고용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들은 네이버가 어떤 지역을 다음 데이터센터 설립지로 선정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구글이나 해외 기업들이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는 점을 보고 네이버도 수도권 근처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건을 한정짓고 있지 않다”며 “많은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앞서 네이버는 당초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총 5400억원을 들여 약 13만2230㎡ 규모 데이터센터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센터 부지 인근 대주피오레2단지 아파트 주민과 공세초등학교 학부모들이 2년 가까이 반발을 이어가며 네이버와 용인시를 거세게 압박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특고압(154kV) 변전 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비상발전시설, 냉각탑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인근 주민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었다.
네이버 측은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를 측정해보면 1mG(밀리가운스)도 나오지 않는다”며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나오는 23mG와 비교해보면 위험도가 전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반발은 계속됐다.
결국 이달 14일 네이버는 공세동 데이터센터 건립계획을 철회했다. 결국 용인시 일부 주민들은 기업들이 무해성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모호한 전자파 유해물질을 기피하다 ‘황금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