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처럼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성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냄비근성’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부정적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보통 우리의 국민성을 논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한국 특유의 냄비근성이 작용해 반짝 이슈에 그쳤다.’ ‘이번 사건도 냄비근성으로 인해 쉽게 잊힐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서 촉발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보복성 무역 제재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 국민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수입 맥주에서부터 일본 여행까지, 불매운동 움직임은 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은 건 다름 아닌 일본입니다. 일본 SPA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임원은 “불매운동의 영향력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일본 주류 언론들 역시 불매운동을 폄훼하고 조롱하는 보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언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습니다. 번화가 목 좋은 자리에 자리한 유니클로 매장에는 이미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입니다. 일본 언론도 기사를 통해 여행 불매운동으로 인해 중소도시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일본 불매운동은 총 4차례. 1995년 일본담배 퇴출운동, 2001년 일본 역사 교과서, 2005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2013년 아베 정부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일본 정부 관계자 파견 당시들입니다. 안타깝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애초 냄비근성을 이유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폄하를 받았던 이번 불매운동은 전과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불매운동 정보 제공 사이트에 들어가 일본 제품과 대체품을 확인합니다. ‘가장 큰 타격은 여행 가지 않는 것’이라며 일본 관광을 취소하고 이를 SNS 인증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일본 제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콘텐츠들은 비판과 외면받고 있고,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일제 불매운동은 하겠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이토록 지속적인 불매운동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 그 배경에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 있습니다.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사죄하지도 않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경고가 담긴 것입니다. 여기에 일본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까지 더해져 당분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자’며 서로를 독려하는 시민들, 일본이 오만함을 깨우칠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