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생방송 결과가 조작됐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공개된 연습생들의 득표수가 특정 배수로 나열되고 순위간 득표수 차이도 같다는 점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팬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고, 국회의원까지 나서 ‘취업사기’, ‘취업비리’로 규정지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조작 논란은 지난 19일 방송 직후 제기됐습니다. 방송 도중 공개된 득표수를 정리해 비교한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1위를 차지한 김요한 연습생(위)과 2위 김우석 연습생(티오피미디어)의 득표수 차이는 2만9978표입니다. 이 숫자는 3위 한승우 연습생(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과 4위 송형준 연습생(스타쉽 엔터테인먼트), 6위 손동표 연습생(DSP미디어)과 7위 이한결 연습생(MBK엔터테인먼트), 7위 이한결 연습생과 8위 남도현 연습생(MBK엔터테인먼트)의 득표수 차이에도 반복됩니다.
또 네티즌들은 1위~10위를 차지한 연습생들의 득표수가 모두 7494표, 7595표의 배수인 점도 밝혀냈습니다. 7494표, 7595표는 다른 연습생들의 득표수 차이에서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 시청자들이 우연이라고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죠.
단순히 프로그램의 종영과 함께 끝날 일이 아닙니다. 조작일지 모르는 이날의 결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친 연습생들의 운명이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룹 엑스원(X1)으로 다음달 데뷔를 앞두고 있고, 누군가는 다시 소속사로 돌아가 데뷔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 사건은 연습생들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잘못된 결과라면 이들의 인생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요.
이해하기 힘든 결과를 받아든 팬들은 분노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연습생들을 응원해 온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부정당한 느낌을 받은 것이죠. 팬들은 ‘유료투표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제작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제작진을 사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형사 고소 및 고발할 계획입니다. 변호사 수임료를 모으기 위한 모금도 진행 중입니다. 이들은 "현재 우리의 1차 목표는 Mnet 측으로부터 공식 입장과 신뢰할 수 있는 로우 데이터를 받아내어 의혹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하고, 투표 결과가 실제로 조작됐을 경우 Mnet 측의 사과와 후속 조치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4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프로듀스 X 101’ 제작진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사실 확인 요청하는 제보가 워낙 많아 내용을 한번 살펴봤다”며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사건은 일종의 채용비리이자 취업사기다. 팬들을 기만하고 큰 상처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주변 수학자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숫자 조합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투표 결과가 사전에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는 얘기”라며 “투표 조작은 청소년들에게도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준다.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해서라도 그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논란에 Mnet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Mnet 관계자는 ”문자 투표와 관련해 의혹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계속 확인해봤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문자 투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조작도 없다. 여러 번 득표 차가 반복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게 있는 그대로의 점수라 할 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답변 외에 사과나 해명 같은 공식적인 입장도 없습니다. 정말 문제가 없다면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팬들의 요청에도 Mnet은 묵묵부답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선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거나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보다 조용히 덮고 넘어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이제 막 결성된 엑스원과 탈락한 연습생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투표에 참여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기만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될 일입니다. 설마 영화 ‘내부자들’ 대사처럼 국민 프로듀서를 ‘적당히 짖다가 잠잠해지는 개돼지’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