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의 목소리 [데뷔 기획②]

강다니엘의 목소리 [데뷔 기획②]

강다니엘의 목소리 [데뷔 기획②]

기사승인 2019-07-27 09:00:00

강다니엘. ‘분홍머리 걔’에서 ‘국민 센터’가 된 사나이. 그가 지난 25일 공개한 첫 번째 미니음반 제목 ‘컬러 온 미’(Color on me)는 스스로에 대한 탐구인 동시에, ‘나를 색칠해 달라’는 요구로도 읽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프리즘을 통해 강다니엘을 본다. 그의 색깔은 그렇게 다양해진다.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본 강다니엘의 모습들.


“나도 갓다니엘 되고 싶은데”

MMO 소속 연습생 강다니엘이 2017년 4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첫 회에서 했던 말이다. 시즌1에서 최종 순위 2위를 기록하며 아이오아이로 데뷔한 젤리피쉬 출신 김세정을 “갓세정”이라 부르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을 농담처럼 던졌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그 말을 진심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제작진도 방송의 재미를 위해 강다니엘의 멘트를 넣은 것처럼 보인다. 정작 그는 시즌2에서 ‘갓세정’보다 높은 최종 순위 1위를 기록해 그룹 워너원의 센터 자리를 차지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강다니엘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동안 강다니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프로듀스 101’에서 처음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직캠 영상은 댄스곡인 ‘겟 어글리’(Get Ugly) 무대였다. 워너원에서도 그의 포지션은 메인 댄서 겸 래퍼였다. 많은 사람들이 강다니엘에 열광했고 그의 표정과 웃음, 춤과 랩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건 ‘강다니엘’이란 존재 자체였을 뿐, 정작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마지막 도전이 잘 안 풀리면 캐나다로 떠나려 했던 강다니엘을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건 대중이었다. 그리고 그를 아주 열정적으로 소비했다.

강다니엘이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데 2년 3개월이 걸렸다. 지난 25일 발매된 자신의 첫 솔로 앨범 ‘컬러 온 미’(Color On Me)가 그 시작이다. 강다니엘은 같은 날 열린 데뷔 기념 공연에서 자신의 첫 앨범 제목에 대해 “내 색깔에 있는 뭔가가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며 “내 색깔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고 다양한 무대와 노래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노래를 듣고 영감을 받아 앨범 제목을 지었다는 2번 트랙 ‘컬러’(Color)는 강다니엘 자신의 현재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곡이다. ‘컬러’의 화자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답을 알길 원한다”면서도, 자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 걸음도 멈추지 마”라고 채찍질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난 익숙해져 버렸다”며 자조하고, “다 변해버렸다”는 주변 상황에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다시 나를 찾아가”를 반복하며 노래한다.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야 했던 과거의 강다니엘에서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나’를 찾아가는 가수 강다니엘의 포부를 보여주는 곡이다.


풋풋하고 달콤한 타이틀곡 ‘뭐해’에선 대중이 잘 알고 있고 친숙한 강다니엘이 등장한다. “하루만 옆에 있고” 싶지만 연락이 없는 여성에게 전화해달라 갈구하던 남성은 결국 “아무 말이라도 해줘”라며 애원한다.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줄 것 같은 듬직한 덩치의 ‘멍뭉미’로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강다니엘 이미지를 구현했다. 주로 남자 아이돌 특유의 강렬한 모습을 많이 워너원 활동 당시의 강다니엘이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다. 적은 수의 악기로 구성된 사운드와 클라이막스 없이 쉬운 멜로디가 반복되는 구성도 눈에 띈다.

‘뭐해’의 뮤직비디오는 ‘컬러 온 미’라는 앨범 제목에 맞춰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건 그 속에 있는 강다니엘의 모습이다. ‘프로듀스 101’을 떠올리게 하는 삼각형으로 쌓인 카드를 무너뜨리고 그가 앉았던 것 같은 의자를 손으로 튕겨버리는 이미지부터 심상치 않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강다니엘은 주로 누워있거나 엎드려 있거나 기력 없이 앉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산처럼 쌓여있는 가벼운 탁구공에 깔려 있기도 하고 좁은 방 안에 갇혀 연결되지 않는 전화기를 들고 장난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무기력한 모습의 세트 장면은 적어지고 역동적으로 안무를 소화하는 장면이 많아진다. 과거 자신의 출발점에서 시작해 그가 처했던 답답한 상황들과 앞으로 솔로 활동에 임하는 각오까지 3분 4초의 짧은 영상에 모두 담아냈다.

‘갓다니엘’이 되고 싶었던 소년은 ‘에너지틱’에서 자신의 여자를 지키는 “좀 죽여주는 킬러”를 거쳐, ‘뭐해’에선 “이젠 내게 와줘”라며 사랑을 갈구하는 연약하고 지친 남성이 됐다. 강다니엘이 보여주고 싶은 다양한 색깔만큼, 그를 바라보는 대중은 여러 명의 강다니엘을 만난다. 매일 포털 사이트 댓글이 8000개씩 달리는 국내 최정상급 인기 연예인 강다니엘과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이 기대되는 워너원 센터 출신 가수 강다니엘, 짧은 기간 안에 방송 프로그램 하나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부러운 강다니엘과 전 소속사와 소송에 휘말려 진실이 뭔지 묻고 싶어지는 강다니엘.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강다니엘의 노래, 강다니엘의 목소리는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어쩌면 그가 대중에게 건네는 첫 번째 메시지는 이런 것 아닐까. 당신에겐 어떤 강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커넥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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