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 유행하던 ‘브로맨스’(bromance)를 최근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영화, 드라마를 중심으로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주목받고 있다.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의 멋진 ‘걸 크러쉬’(Girl Crush)를 넘어, 이젠 여성들 간의 ‘워맨스’(Womance)를 다룬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 25일 종영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다. ‘검블유’는 기존 남성 중심의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펼쳐내 큰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거나 분량이 많은 수준이 아니다. 배타미(임수정)와 차현(이다희), 송가경(전혜진)의 삼각 구도가 드라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선후배, 직장동료, 친구 등 서로 엉킨 복잡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우정을 넘은 로맨스가 느껴질 정도로 깊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20대 남성인 박모건(장기용)이 등장해 새로운 삼각관계를 형성하지만 여성들의 존재감에 맞서지 못한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박모건이 등장하면 극의 흥미가 떨어진다며 불만을 드러냈을 정도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닥터 탐정’ 역시 ‘검블유’의 뒤를 잇는 워맨스 작품이다.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해결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닥터 탐정’에서 주인공들이 근무하는 미확진질환센터(UDC)는 대부분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새롭게 합류하는 도중은(박진희)부터 센터장 공일순(박지영), 간호실장 변정호(이영진), 분석팀장 석진이(후지이 미나) 등은 모두 주체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인 수석연구원 허민기(봉태규)는 여성들 사이에서 겉도는 독특한 캐릭터로 제 역할을 다한다. 배우 박진희 역시 지난 16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저희 드라마에서 워맨스를 제대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예능 ‘캠핑클럽’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90년대 활동한 그룹 핑클 멤버들이 모여 전국을 일주하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은 멤버들의 새로운 조화에 주목한다. 과거 별로 친하지 않았던 이효리와 이진이 새로운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새로운 워맨스를 보여줄 방송 프로그램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다음달 9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삼시세끼-산촌편’ 역시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이 함께 강원도 정선에서 밥을 해 먹으며 지내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다음달 29일 방송 예정인 Mnet ‘퀸덤’도 여성 아이돌 그룹 여섯 팀의 동시에 새 싱글을 내고 경쟁하는 콘셉트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