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부터 대학에 입학할 신입생 인원이 전체 대학 정원보다 적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자리가 ‘남아도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지난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20년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생과 재수생 인원, 대학진학률 등을 종합해 추산한 ‘대입가능자원’이 대입 정원보다 적어진다. 지난 2018년 기준 대입정원 49만7218명이 유지되면 내년부터 국내 대학에 1만7000여개 빈자리가 생긴다. 교육부는 향후 5년 동안 대입가능자원이 계속해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 과정에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372개 대학과 전문대학(기능대학 제외)의 총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입가능자원이 40만명인 경우 전국 대학 중 하위 180개교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입가능자원이 더 감소해 30만명 수준에 이른다면 전국 252개 대학이 신입생을 못 받게 된다.
수험생 수가 줄지만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대입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소재 대학에 ‘사라질 수도 있는 학교’라는 낙인이 찍히며 수험생들의 선호가 수도권 대학에 더욱 집중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국내 대학 주요 정보 제공 사이트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의 종로학원하늘교육원 분석 결과 지난 2018년 기준 대학 경쟁률은 서울과 경·인 지역 등 수도권 대학이 13.5대 1로 비수도권 대학 6.9대 1보다 2배가량 높았다. 서울 소재 대학 경쟁률이 14.7대 1로 가장 높았으며 인천(12.4대 1)과 경기(11.5대 1)가 뒤따랐다. 전남 소재 대학 경쟁률이 5.6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지방대에 불리한 정부 정책도 수험생의 수도권 대학 선호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지난 14일 “입학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대학평가)을 발표했다. 대학평가는 대학이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3년 주기로 평가해 재정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평가항목 중 ‘학생충원율’의 비중을 지난 2018년 13.3%에서 오는 2021년 20% 수준으로 높여 대학 스스로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지방대는 입학 지원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평가에 대비해 학교 정원 자체를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정원 감축은 대학이 재학생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교비의 감소로 이어진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강해져 입시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대 재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교육부 평가에서 일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재정지원제한 대상이 된 대학 재학생은 학자금대출과 국가장학금 등 제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권역별로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 비율을 확대하는 등 지역대학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추진할 예정”이며 “교육부와 지역사회가 산업체 등과 협력해 지역대학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사업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학령인구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져 ‘자발적 폐교’를 선택하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재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입가능자원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비수도권 사립대학이 차차 소멸할 수밖에 없다”며 “각 지방 소재 대학을 지자체와 정부가 흡수·통폐합해 도립대학 등 국공립 형태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원준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사립대학에 정부 재정 투자를 강화해 정책적 관여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관련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기조가 고등교육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