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나름 불매운동을 해왔는데 9월 해외여행 앞두고 70~90만원 정도 DSLR 카메라 하나 장만하려고 찾아보니 캐논·니콘·소니 등 일제 말고는 없네요. 잠깐 쓰고 버릴거면 아무거나 사겠지만 그것도 아닌지라.”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카메라만큼은 일제를 대체할만한 제품이 없다며 난처함을 표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소니·캐논·니콘·파나소닉·올림푸스 등 90% 이상은 일본 제품이다.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 불매운동 ‘무풍지대’로 통하고 있다. 이에 소니·니콘·캐논 등 일본 카메라 업체들은 계획대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일본 카메라 업체들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자제하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존재감이 없었다가 일본 불매운동 대체제로 독일산 ‘라이카’나 스웨덴산 ‘핫셀블라드’가 언급되고 있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고가 제품들이다. 특히 라이카는 명품 브랜드로 타깃이 되어 있어 작은 콤팩트 카메라가 500만원을 상회한다. 국내 브랜드로 유일했던 삼성전자도 지난 2017년에 카메라 사업을 접었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일본 불매운동과 별개로 이전부터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양산업에 들어섰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영상시대에 접어들자 ‘고퀄리티’의 창작물을 원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다시금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활력을 띄기 시작할 때 일본 불매 운동이 불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국내 카메라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다는 분위기다.
일본산 카메라가 불매운동의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점은 대체재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카메라는 일반적인 소비용품이라기보단 특정 목적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적용된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메라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브랜드를 떠나서 본인들이 생각하는 창작물 만드는데 가장 이상적인 카메라를 선택하게 된다”며 “어디 나라 브랜드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창작하는 창작물을 찍기에 어떤 카메라가 적합한지 염두해서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26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지난 6월 대비 15% 감소했다. 그러나 5월보다는 15% 증가했다.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디지털 카메라 판매 추이상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 카메라 업계는 신제품 출시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다른 업계에서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고 신제품 출시를 연기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또한 카메라 판매량이 가장 급증할 때는 신제품이 출시된 직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8~9월 판매량도 더 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전처럼 활발하게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제품을 출시하고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최근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RX100 VII'과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R VI’를 조용히 출시했다. 올해 소니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제품들이지만 이례적으로 사전 주문이나 출시 행사 등을 열지 않았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도 이달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2종을 국내에 출시했다. G7 X 마크Ⅲ는 스마트폰이나 PC 없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능해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기에 최적이지만, 출시 후 이렇다 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진 못하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대표를 내정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불매운동이 가시화된 이후 신제품 출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언론홍보나 이벤트 등 대대적인 홍보는 자제하고 블로그 및 자사 홈페이지에 소소하게 제품을 알리고, 고객과의 밀착형 프로모션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