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강도나 평판이 비슷한 두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엔 고민을 하겠지만 한 회사가 돈을 더 주겠다고 하면 어떨까. 주저하지 않고 그 회사를 고를 것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취업박람회장에서다. 국내 60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큰 행사였다. 인재 찾기에 나선 기관들은 저마다 신입사원 연봉을 공개했다. 기자는 이를 근거로 권역별 신입연봉을 비교하는 기사를 썼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제시된 연봉이 실제로 지급하는 액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은행 측에 따르면 무려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실제 연봉은 국책은행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풀린 연봉은 나중에서야 직원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행사는 끝났고 기사는 수정되지 않았다. 민망함은 은행 몫이지만 지원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 궁금하다. ‘1등 연봉’을 향한 괜한 희망을 품게 한 건 아닌 지 걱정이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초봉공개를 안 한다. 구직자들이 입사 후 취업사이트에 정보를 흘리는가 하면 고액연봉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초봉에 따라서 구직자 선호도가 달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
올해 박람회에서는 사전신청자에 한해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6개 은행마다 비슷한 규모로 면접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접수는 하지 않았다. 연봉이 공개된 마당에 응시제한 마저 없었다면 직원도 많이 뽑고 급여가 높은 은행으로 지원자가 몰렸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번 일은 단순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다만 인재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내부자료를 공개할 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