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특정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형사가 “감격에 겨워 한참을 울었다”며 소회를 남겼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은) 세계 100대 연쇄살인사건의 범주에 들어가고 대한민국 최대의 미제사건이었다”며 “33년(마지막 사건 기준28년)만에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씨, 자신의 처제를 성폭행·살인·사체유기를 했던 50대라 한다”면서 “당시 나이는 20대였으니 거의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사건 2건 피해자의 속옷 등 유류품에서 검출한 DNA와 대조하여 일치했다고 하니 거의 맞다”며 “나머지 사건 증거품이 없는 것들은 범인 고유의 수법, 이를테면 결박 매듭 등을 근거로 하여 대조하면 동일범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어제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 사건의 현장 책임자였던 전 경기청 강력계장 하승균 총경님과 통화했다”면서 “감격에 겨워 울먹이고 있었고, 둘이서 전화기를 잡고 한참 울었다”고 전했다.
그는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 그놈을 처벌할 수는 없어도, 반드시 검거해서 국민 앞에 세워야 한다던 우리들의 약속이 실현되는 날이 왔다”면서 “앞으로 1-2달 정도 수사해서 전체 사건의 범인인지 판단하고 최종 결과를 낸다고 하니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 전 총경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했다. 남들은 내게 형사 직분에 충실했다고 평할지 몰라도 나는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범인 잡는 게 형사니까. 자책감을 갖고 살았다. 이제 잡았으니 역시 이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구나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김 연구위원과 하 전 총경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박두만(송강호 분)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