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공효진 “자기만의 왕만두 빚는 게 행복이죠… 전 성공했어요”

[쿠키인터뷰] 공효진 “자기만의 왕만두 빚는 게 행복이죠… 전 성공했어요”

공효진 “자기만의 왕만두 빚는 게 행복이죠… 전 성공했어요”

기사승인 2019-11-28 06:00:00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진부하게 느껴지기 쉬운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인기를 끌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엄마와 자식들은 일관성 있게 모성애와 내리사랑을 보여줬다. 유명인의 숨겨진 자식, 미혼모와 고아 등 ‘신파극’의 재료도 들어있다. 하지만 저마다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위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주인공 동백은 시청자들에게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25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를 읊으며 “나도 몰랐던 내 가치관을 동백이의 대사가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어 놀란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화에 ‘행복은 자기 왕만두를 빚는 거예요. 지 입맛대로 가는 거지, 점수가 어딨어. 마늘 빻고 고춧가루 만들고 이거 다 대업(大業)이에요’라는 대사가 나와요. 제가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됐더라고요. 저는 20년 동안 저만의 왕만두 빚기에 성공한 것 같아요. 용감하게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갔고, 그 결과인 지금 나에게 만족해요. 도전정신이나 경쟁의식, 배우로서 더 욕심이 나는 것들도 없어요. 지금이 가장 충분한 때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모두가 자신만의 왕만두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동백꽃 필 무렵’을 선택한 것도 공효진에겐 ‘왕만두 빚기’ 일환이었다. 단지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고, 하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라는 것. 흥행 가능성은 공효진의 작품 선택 기준이 아니다. SBS‘질투의 화신’, KBS2 ‘프로듀사’, SBS ‘괜찮아, 사랑이야’ 등 연이어 성공을 거둔 전작들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청률 기록, 연기상 같은 것들에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오직 대본이에요. 매력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대본을 보면 의욕이 생기거든요. 내용이 정말 좋은데 캐릭터가 전작과 비슷한 경우, 캐릭터를 일부 수정할 수 있는지 제작진과 상의를 하기도 해요. 제일 기피하는 건 ‘유치한’ 작품이에요. 사람들이 드라마를 안 보는 이유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유치해서’잖아요. 제가 읽어도 깊이가 느껴지지 않고, 캐릭터들의 대화가 재미없는 대본은 분명 시청자들 눈에도 재미없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 대한 공효진의 애정은 각별했다. 공효진은 글로만 읽어도 ‘뿅 가는’ 대본을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임상춘 작가의 ‘시점을 꼬아버리는 능력’은 공효진을 매료시켰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까불이에 의해 젊은 여자가 희생되는 결말을 보여준다. 향미의 죽음도 21회에 미리 밝혀진다. 이후 향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까불이는 누구인지 사건의 내막을 차근차근 쫓아간다. 그러면서도 앞뒤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몰입이 깨지는 장면은 없었다. 공효진은 “사람들이 까불이를 어떤 식으로 추측할지 임상춘 작가는 처음부터 다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와 스태프들도 끝까지 까불이의 정체를 몰랐어요. 까불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세 명의 배우가 돌아가며 촬영했어요. 까불이의 정체를 묻는 지인들도 많았는데, 막상 ‘대답해줘?’라고 물으면 ‘아니야. 말해주지 마. 안 들을래’라며 귀를 막더라고요. 배우들도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대본을 미리 받으면 까불이의 정체를 알 수 있는데, 다들 추리하는 재미에 빠져 아껴뒀죠. 필구는 오랫동안 까불이가 헬레나인 줄 알았대요. 파출소 소장님은 끝까지 본인이 까불이라고 농담을 하셨죠.”

이번 작품을 통해 공효진은 배우 생활 20년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동백을 연기하는 동안 공효진은 본인의 연기가 소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능글맞은 노규태(오정세), 저돌적인 황용식(김하늘), 호탕한 옹산 게장 골목 언니들 등 화려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합을 맞추면서 느낀 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공효진은 “사람들이 갈수록 집요하고 독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자극적인 드라마만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아직 세상은 따듯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 아니면 다 남이야’라고 생각했던 냉소적 성향도 치유됐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10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드라마’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작가, 대본, 배우들의 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했다. 동백을 연기하며 얻은 것도, 베푼 것도 많았다.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히 욕심이 없다. 연말이라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 전편을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이 연말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백이로 살면서 에너지를 많이 충전했어요. ‘나는 나를 믿어요’라는 동백이 대사 덕분에 제가 사는 방식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죠. 또 제가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줬다는 실감이 났어요. 다른 드라마가 끝났을 때는 ‘언니 예뻐요, 수고했어요’ 같은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잘가요, 동백씨’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저는 그동안 이것저것 분석하며 보느라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온전히 감상하지 못했어요. ‘동백꽃 필 무렵’만은 꼭 다시 보면서 음미하고 싶어요.”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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