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변화는 언제나 소리 없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평소엔 자각하지 못하다가도 그 속도가 이따금 피부로 느껴질 때면 크게 놀라곤 한다. 무인화는 아직 미래 저편에 있는 무언가인 줄 알았는데, 어느덧 내 일상을 바꿔 놓은 지 오래였던 것이다. 얼마 전 이마트에서는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여 배송도 했다던데, 빨라도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다.
가끔씩 변화의 입구에 서있다고 느껴질 때면, 걱정과 설렘이 뒤섞여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계산은 앞으로 무인기기가 하게 될까, 스스로 움직이는 차는 재앙일까 혁신일까. AI 기자가 인간보다 뛰어날까 등의 생각들 말이다. 잠시 변화의 속도를 붙들고, 세상을 한번 둘러보면, ‘타다’, ‘무인 계산대’ 등의 이슈가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최근 대형마트에 들르면, 자율 계산대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을 본다. ‘어색하다’ 핀잔을 듣던 도입 초창기를 떠올리면,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현재 자율 계산대는 마트 노동자와 사 측 간의 민감한 문제다. 마트업계는 이에 따른, 실직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언제든 ‘타다’ 논란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마트노조는 일반 계산대 정상운영을 주장하며 시위까지 벌인 바 있다. 현재 대형마트 3사의 무인계산대 수는 1000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물론, 현실은 더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비대면 소비를 원하는 ‘언택트족’이 늘어나고, 결제 기술의 발달 역시 가속이 붙고 있다. ‘타다’와 ‘무인 계산대’는 그저 순서의 차이였을 뿐, 언젠가 불거질 일이라는 건 자명하다.
다가올 미래는 기존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할 정도의 큰 파장일 수 있다. 1억 명이 전화기를 사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75년이지만, 인터넷은 10년에 불과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변화의 바람은 우리의 사회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산업과 문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기존 체계와 부딪치는 일이 늘어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그저 ‘타다’와 같이 그때그때 터지는 일을 수습하기에 바쁜 것 아닌지. 갈등이 터지기 전까지 이를 외면하며 사회적 논의조차 꺼리는 것이 지금의 분위기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은 과연 성공적인 걸까. ‘혁신’은 그저 밥그릇을 빼앗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뿐이라는 인식만 형성되는 것 같다.
이처럼 다가올 미래가 썩 유쾌하지만도 않으리란 것에 사실 두려움이 앞선다.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현실이 되고 있고, 쇠퇴 산업들만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삼을 뾰족한 대안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미래는 언제나 너무 빨리, 잘못된 순서로 온다"는 앨빈 토플러의 경고를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