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기자님들 맞으시죠?” 신인 가수 유산슬의 당황스런 첫 기자회견 [현장읽기]

“진짜 기자님들 맞으시죠?” 신인 가수 유산슬의 당황스런 첫 기자회견 [현장읽기]

기사승인 2019-12-19 19:23:35

단독 콘서트를 앞둔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기자들을 만났다. 늘 그렇듯 그의 의사는 아니었다. 순간 크게 당황했지만 빠르게 상황에 적응한 유산슬은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한 답변으로 응하며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놨다.

행사 시작 전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기자회견으로 예정된 시간은 오후 1시. 그보다 이른 오후 12시30~40분부터 서울 국제금융로 한 중식당에는 5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다섯 개의 커다란 둥근 테이블 위로 고추잡채와 꽃빵 등 중국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이후 중식당으로 장소를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듯 가수 유산슬의 사진 팻말이 꽂힌 중화요리 유산슬이 등장했다. 기자들은 사진을 찍은 후 음식을 나눠 먹으며 기자회견 준비를 이어갔다.

MC 박슬기가 유산슬의 건물 도착 시작을 전했다. 1시 10분쯤 노랑 용무늬가 그려진 빨간 의상을 입은 유산슬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방송에서의 모습처럼 유산슬은 이게 어떤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친분이 있던 기자를 알아본 유재석은 “아니, 여기 어떻게”라고 말하며 주춤주춤 무대로 걸어갔다.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읽고도 유산슬은 이게 진짜 기자회견인지, 제작진이 마련한 연기자들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진짜 기자님들 맞으시죠”라고 묻기도 했다.

MC가 말을 건네자 기자회견에 임하는 가수 유산슬의 역할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무한도전’과 다른 프로그램에서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는데, 단독으로 하는 건 결혼발표 이후 처음”이라고 말할 때는 유재석이었고, “단독콘서트는 꿈도 안 꿨다.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노래 두 곡으로 콘서트를 한다는 게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저로선 죄송스럽기도 하다”라고 말할 때는 유산슬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유산슬을 향한 질문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유산슬은 “펭수 씨를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하는가 하면, “김태호 PD도 한 번 당해야 한다”고 자신이 느끼는 당황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송인 유재석과 가수 유산슬을 오가며 답하던 중 “지금도 유산슬로 하는 건지 유재석으로 하는 건지 혼란이 올 때가 있다”며 시민들에게 유재석으로 사인을 했더니 유산슬을 달라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또 “트로트계에 발을 들여놓고 수많은 전설들을 만나보니 감탄이 나왔다”며 “이 분들이 왜 이제야 나왔을까. 더 소개돼서 이분들의 활동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트로트 업계의 매력을 전하기도 했다.

유산슬은 2집 활동 가능성을 열어놨다. 유산슬은 “1집 활동이 마무리되는 걸 지난주 알게 됐다”며 “전 아는 게 없으니까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아는 게 있지 않냐고 하시지만 저도 모른다. 그래도 제가 추측해 보건데 1집 굿바이 콘서트면 2집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는 동력을 묻자 이번엔 유재석이 대답했다. 유재석은 “지칠 때는 과거에 일이 없던 시절 생각을 많이 한다”며 “그때 생각을 한다고 해서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제게 기회를 한 번만 달라. 그때에도 불평불만을 하면 큰 벌을 내려도 좋다’고 기도한 적이 있다. 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또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유재석은 “내년에 49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라며 “요즘엔 일도 좋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바쁘기도 했지만) 가족들하고 여행을 못 갔다. 집안 가족 구성원의 한명으로서 늘 많이 미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렇게 바쁘게, 빠르게 달려야만 하나란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산슬은 이날 오전에도 노래 연습을 하고 왔다고 했다. 노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말에 유산슬은 장내를 휘저으며 ‘합정역 5번 출구’를 불렀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에도 MC의 앵콜 요청에 따라 ‘사랑의 재개발’을 열창했다. 유튜브에서 가수 나훈아의 ‘고향역’ 무대의 에너지에 반해 50번이나 돌려봤다는 그의 말을 증명하듯, 신인답지 않게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산슬은 최종 목표를 묻자 “제 의지로 발을 들인 건 아니라 목표를 갖고 시작하진 않았다”며 “유산슬 캐릭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일상이 무료하고 지칠 때 제 노래가 조금이나마 많은 분들께 에너지를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기 직전 다시 마이크를 잡은 유재석은 ‘무한도전’에 출연한 연예인의 성추문 폭로를 예고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을 언급했다. 유재석은 “제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도 뜨고 주변에서도 그 인물이 아니냐고 연락이 와서 당황했다”며 “물론 저는 아닙니다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기회가 나서 말씀드린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유산슬의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가벼운 포옹으로 MC를 맡은 박슬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유산슬은 각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유산슬은 이어지는 기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과 사인 요청에 모두 응하며 한참 동안 자리에 남아 있었다.

유산슬은 22일 경기 고양시 호수로 MBC 드림센터에서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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