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중독은 질병이고, 흡연자는 환자다

니코틴 중독은 질병이고, 흡연자는 환자다

NGO단체‧의학계‧정부 금연전문가 3인방 공동인터뷰 ②

기사승인 2019-12-25 06:00:00

‘담배사용장애’ 질병코드 있지만 치료 인식 저조

흡연자 50%는 70세 넘기기 힘들어

전문가 도움 필요할 땐 ‘내원’ 주저하지 말아야
 
# 흡연자들이 가장 많이 세우는 신년 계획 중 하나가 금연이다. 그만큼 굳은 의지가 필요한 영역이다. 혼자 금연하기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니코틴 중독도 알코올 의존증처럼 ‘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금연치료법, 국내 금연전문가 3인방을 통해 알아본다.

연자소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31년이 된 비정부단체(NGO)로, “담배 없는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서 회장은 국립암센터에서 금연 및 흡연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백유진 회장(한림대 가정의학과). 대한금연학회는 2008년 11월 창립총회 이래로 11년째 활동하고 있는 학술단체다. 금연 관련 이슈, 청소년 흡연예방, 흡연자 금연지원 서비스, 금연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다학제(의학, 간호학, 심리학, 보건학, 커뮤니케이션학, 등)기반의 학회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 국가금연지원센터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보건복지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에 있는 기관이다. 2015년 담배세가 2000원 인상된 이후 4500원이 되면서 늘어난 예산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금연지원서비스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고, 복지부의 금연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백유진 회장에 따르면, 니코틴 중독은 ‘질환’이다. ‘담배사용장애’라는 정신과 영역의 코드가 따로 있고, 질병분류기호에 코드가 있다. 학계에서는 흡연을 ‘재발을 자주 하는, 의사나 상담사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반복적인 만성질환’으로 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홍관 회장은 ‘금단 현상’이 니코틴 중독의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혼자 금연하기 어렵다면 전문가를 통해 관리를 받아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는 흡연자 지원이 잘 되고 있는 국가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는 상담과 니코틴 보조제를 제공한다.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공단이 무료로 진료비와 약값까지 지원해주고, 국립암센터는 금연콜센터를 통해 상담을 지원한다.  17개의 지역금연지원센터에서는 입원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금연지원서비스 수준은 2018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 만큼 우수하다. FCTC는 흡연과 관련된 질병과 사망을 줄이고자 하는 국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 국제 협약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서비스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흡연=질병’이라는 인식 부족이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성규 센터장은 “TV에 나오는 금연광고의 캐치프레이즈가 ‘흡연은 질병입니다, 금연은 치료입니다’이다. 그만큼 흡연자가 흡연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그래서 ‘이 질병은 어느 진료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만약 병원 치료가 활성화된다면 모든 진료과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금연 치료는 내과, 가정의학과 위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모든 진료과가 다뤄야 하는 영역이다.

서 회장은 “흡연은 치과치료의 실패율을 높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고, 이 센터장도 “치과의사가 금연 치료에 많이 기여한다. 환자가 흡연자인지 아닌지 제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가 변색됐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을 때 금연 효과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내가 아는 정형외과 의사는 흡연 환자의 수술을 안 해준다. 수술 2주 전 담배를 끊은 것을 확인하고, 수술 후 4주도 금연하도록 해 총 6주간 금연하게 한다”며 “수술 전후로 금연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상처 치유, 골절융합도 잘 된다. 치료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의사가 5년 전 미국 연수를 갔을 때 해당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 50%가 (환자들의) 담배를 끊게 했다고 한다. 지금은 90%의 의사들이 담배를 안 끊은 환자들의 수술을 안 해준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병원에서는 ‘치료제’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금연 치료가 가능하다. 서 회장은 “약물을 쓰는 이유는 혼자의 의지만으로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약물을 쓰면 금연 성공률을 2~3배 높일 수 있다”며 “물론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지만, 약물 안전성이 잘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은 카드를 쓰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 또한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약 종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먹는 약과 안 먹는 약(비경구)이다”라며 “약물별로 금연성공률 효과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혹시 니코틴 패치를 썼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땐 경구용 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작용도 고려대상인데, 비경구 니코틴 보조제와 먹는 약물 사이의 (부작용 발생률) 큰 차이는 없는 걸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환자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한번만 상담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소위 말하는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그게 보통 3개월 정도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3개월 동안 6회 정도 만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을 쓸 때 금연성공률이 3배 높아진다면, 의료진 상담을 함께 받았을 시 성공률은 5~10배 올라갈 수 있다. 다 연구로 입증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금연 치료가 이행되려면 결국 의료진과 흡연자의 태도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서 회장은 “의료진은 자신의 환자가 흡연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만일 의사가 고혈압으로 병원 다니는 환자에게 흡연여부를 안 묻는 것은 잘못된 거다. 또 의사는 환자에게 끊어야 한다고 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의사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임상의사가 담배를 피우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는데 우리나라 의사들은 아직 흡연을 하고 있다. 의사가 먼저 끊고 환자에게 금연하라고 해야 한다”며 “만일 환자가 ‘지금 금연 중이다’라고 하면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흡연하면 암보다도 심장마비, 중풍, 폐질환으로 많이 사망한다. 평생 담배를 피웠을 때 70세를 넘길 확률은 50%밖에 안 된다. 검진결과가 좋아도 100점 만점에 50점에 불과하다”면서 “금연 치료는 다른 치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건강에 대한 임팩트가 크다. 동시에 비용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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